명태 마을을 떠났지만

<명태>9

by 눈항아리

다시 겨울이 되었다. 명희는 6학년이 되었고 명주는 중학생이 되었다. 겨울 원양태가 시작되었다. 빈 덕장에 물이 채워지고 명태가 채워지고 사람들이 북적였다. 시냇물은 얼어붙었고 차디찬 시멘트 대지 위로 명태를 손질하는 손들이 바빠졌다.


그 해 겨울 명희 아버지는 일하는 아줌마 하나를 구하지 못했다. 그래서 명주가 새벽같이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그게 새벽 3시인지 4시인지 명희는 알지 못했다. 중학생인 명주는 학교를 며칠 빠져야 했다. 그나마 겨울 방학이 코앞이라 다행이었다. 방학 동안 보충수업은 안 나가기로 했다. 학교에 한 번 얼굴 디밀어본 적 없는 아버지가 학교에 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왔다. 명희는 아버지가 그런 결단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다. 명주는 학교에 못 간 걸 억울해했다. 고등학교를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명주는 한창 꿈꿀 나이에 생업을 위해 일해야 했고, 한참 꿀잠 잘 시간에 일해야 했다. 명희라고 꿈을 꿀 수 있었을까. 하루하루 살아가기 벅찬 시절이었다. 명희는 학교에 다닐 수 있어서 감사했다.


가끔 명주는 명희 손을 잡고 바다에 나갔다. 둘은 에메랄드 빛 파도, 넘실거리는 파도, 시퍼렇고 깊은 바닷물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았다. 명희는 명주가 훌쩍 집을 떠나버리는 건 아닐까 불안했다. 엄마가 말도 없이 생을 떠나버린 것처럼 명주도 그렇게 사라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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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기 위해 귀 기울이다 자연스레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자연, 시골생활, 출퇴근길,사남매의 때늦은 육아 일기를 씁니다. 쓰면서 삶을 알아가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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