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이가 오랜만에 밤의 요리를 한다.
영화를 보더니 내 과자를 먹더니 라면이 당기나 보다. 그 과자는 복실이가 엄마의 것으로 남겨준 것인데. 복이는 엄마의 술안주를 한다는 핑계도 더한다. 반반 나눠먹자고 한다. 다른 안주가 더 좋은데, 사실 안주는 필요치 않은데.
파를 들었다.
복아 잘 씻어. 파 벌레도 있더라.
씻어야 해요?
말을 안 해줬으면 안 씻어서 먹으려고 했구나.
가위를 찾았으나 가위가 없다. 식기 세척기에 들어갔다. 아이는 도마를 찾고 칼을 찾아 잘게 썬다.
그런데 이렇게 썰어야 해요?
아니 손으로 뚝뚝 분질러 넣어도 된단다.
그래도 더 맛있겠지 뭐.
끓는 물에 파를 넣는다. 오른손에 든 과도가 불안하다.
라면에 미원을 넣으면 맛있지 않을까요?
아니 이미 들어가 있단다. MSG가 듬뿍 들어가 있잖니. 미원과 인공감미료의 차이가 정확히 뭔지 모르겠으나 맛있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들어가 있는데 또 넣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매콤한 라면 스프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진다.
환풍기를 좀 틀어줄래?
환풍기를 틀고 핸드폰을 가지러 가는 복이. 오른손엔 집게 왼손엔 핸드폰을 들고 라면을 끓인다.
아~ 냄새 좋다. 무슨 라면이야? 한 입만.
복동이가 한 젓가락 달라고 한다.
한 개 끓여 먹어.
엄마 라면 불어요. 빨리 오세요.
나는 얼음에 캔 하나.
한 시간만 로라를 타고 온다던 남편은 소식이 없다.
오늘 술친구는 복이로 낙점이다.
아들을 빨리 키워야겠다.
음식점에서는 아이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술도 먹지 말라는데 여긴 음식점은 아니니까 이해해 주길.
밤의 보상 한 캔. 얼마만인가.
복아 고맙다.
아들 사랑한다.
라면 국물해서 먹어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