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소파에 빨래가 올라오지 않는 날은 없습니다. 신기한 빨래의 세계입니다. 세탁기를 돌리지 않으면 됩니다. 건조기를 돌리지 않으면 됩니다. 하루 정도는 꾸물거리며 세탁 바구니마다 가득가득 빨랫거리를 쌓아둘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옷을 안 입고 살 수는 없습니다.
가족들 모두에게 ‘옷을 삼 일씩 입고 벗어놔. ’라고 한다면 큰일이 날 겁니다.
당장 청소년 큰 아이들은 면 티 하루만 입어도 냄새가 나는데 3일이라니요. 꼬마들은 말해 무엇합니까. 뭘 먹든 줄줄이 흘려와서 점심 메뉴까지 알아맞힐 수 있는데요. 중간에 옷을 갈아입지나 않으면 다행이지요. 그런 걸 모두 감안하고 옷을 3일씩 입을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그저 돌리고 세탁기든 건조기든 버튼을 누릅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빨래를 개어 정리합니다.
안 입고 살 수 없으니 옷을 빨고 개고 정리합니다. 빨래는 삶의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그러니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가 빨래를 개는 것이 아니라 빨래가 나를 단련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고개를 쑥 내밉니다. 우리 사실은 빨래에게 굴림당하는 거 아닐까요? 진짜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의지를 가진 빨래님일 수도.
빨래 조교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착실한 훈령병입니다. 오늘도 열심히 좌로 위로 뛰겠습니다. 친절하게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