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써먹을 생활습관

by 눈항아리

오랜만의 나들이로 체력이 방전되었습니다. 제 체력을 신경 써 줄 빨래가 아니지요. 늘 그렇듯 빨래는 한가득 쌓여 있습니다. 밤을 달리며 세탁기와 건조기가 열심히 일한 덕분이지요.

빨래는 나를 이해해 주거나 기다려주거나 배려해 주지 않습니다.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인생의 굴레입니다.

밤을 지나 건조기는 따끈하게 마른빨래를 한 무더기 꺼내 놓았습니다. 야간 수당이라도 챙겨줘야 하는 건 아닌지...

세탁기에게 끈기를 배우며 피할 수 없는 현실 속으로 들어갑니다. 소파 위의 빨래를 쓸어 바닥으로 떨구고 하나하나 천천히 갭니다. 이제는 10분 타이머를 하지 않아도 시간 내에 끝납니다. 빨래 양이 적고, 눌린 자국이 없습니다. 양말짝도 몇 개 안 찾아도 됩니다. 같이 개는 아이들, 개 놓으면 가지고 가는 아이, 양말이나, 수건을 정리해 주는 아이도 있습니다.

나갔다 와선 바로 빨래 정리. 제가 만든 규칙이지만 가족들도 그 규칙을 마음속에 새기고 행동으로 하나 둘 따라 하고 있습니다. 강제 동원이지만 이런 작은 습관을 들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들 어릴 때부터 했다면 자신의 방 청소는 스스로 하는 청소년으로 자랄 수 있었을까요? 좀 아쉽기도 합니다.

전 아이들의 생활습관 잡아주기를 잘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밥 먹이기가 버거워 다른 건 세심하게 신경을 못 쓴 것 같아요.

시간을 넉넉히 두고 아이들 스스로 준비하도록 기다려줬어야 했는데 빨리빨리 하며 아이들의 머리에 옷을 끼워 넣고 팔, 다리도 들어가게 소매와 다리통을 벌려 쏙쏙 넣어줬습니다. 단추는 시간이 바쁘니 빠르게 후다닥 채워주지요. 아주 단순한 일인데 못하는 어린이가 우리 집에 있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빨리빨리’인지 반성합니다.

아이들의 생활습관 들이기는 기다림입니다. 아이들이 다 크고 나서야 깨닫는 어리석은 엄마입니다. 그러나 아직 아이들이 조금 더 커야 하고 꼬마들은 조금 더 시간이 있어 다행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인이 박히도록 하나하나 엄마의 행동으로 가르치겠습니다.

대단한 걸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빨래는 개라고 있는 거란다.

서랍은 정리해서 넣어야 한다.

둘둘 말아서 넣으면 안 된단다.

양말은 짝을 지어 양말 통에 보관한다.

옷걸이에 거는 옷도 있는 거란다.

떨어진 옷은 수선을 해야 한다.

이런 사소한 것들입니다.

소파 위 빨래를 치우며 아이들의 정리 습관도 같이 키워지기는 소망합니다.

얘들아 잘 보고 배워 평생 써먹어야 한다.

13일 차 태산을 옮기다, 소파 위의 빨래를 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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