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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이 많이 늦었습니다. 치워야 할 양이 많지 않습니다. 수건이 주를 이루는 빨래입니다. 수건으로 탑을 두 개 쌓으니 얼추 정리가 끝납니다. 팔을 많이 쓰는 날은 빨래 개기가 힘이 듭니다. 큰 아이들 긴 바지와 긴 팔을 죽 늘리면 그렇게 팔이 아플 수가 없습니다. 지난밤에는 수건 위주의 작은 빨래만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옮기기를 부탁했습니다.
힘이 든 날도 소파를 지켜냈습니다.
늘 힘이 넘치는 날만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 날은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 기대도 됩니다. 곁을 내준 가족들 고맙습니다.
세탁기도 힘이 드나 봅니다. 소리가 큽니다. 거실과 통하는 세탁실 문을 열어놔서 세탁기의 불평이 다 들립니다. 평소 들리지 않던 기계음이 새벽을 깨웁니다. 주말에는 더 열심히 일하는 세탁기입니다.
늘 고맙고 힘내라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그건 나에게 하는 위로이기도 하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평일에 열심히 일하고 주말에는 더욱 열심히 일하는 우리 파이팅입니다.
오늘은 빨래가 좀 많을 예정입니다. 적어도 지금 돌아가고 있는 빨래 두 무더기와 저녁에 한 번 돌릴 수 있는 한 무더기를 합해 세 무더기가 나옵니다. 그래도 늘 세탁을 기다리는 빨래가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답니다. 무한 반복되는 집안일을 하는 주부는 신의 노여움을 사 정상으로 무한 돌을 굴리는 시지프스의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무한 돌에 대입을 해보는 무한 빨래, 무한 설거지, 무한 청소. 주부는 가혹한 형벌을 받고 있는 시지프스일까요? 신이시여! 죄를 사하소서!
그러나 시지프스의 돌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빨래는 적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안 입으면 됩니다. 설거지도, 청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쌓아놓고 하루 이틀 쉴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좋다고 해야 할지 안 좋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매일 꾸준히 열심히 하겠습니다.
매일 빨래에게 굴림당하는 신세지만 오늘도 파이팅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힘내세요. 빨래가 줄지는 않습니다만 잠시 잠깐 세탁기가 다음 빨래를 생산해 내는 동안은 소파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어제는 빨래 후 책을 마저 읽는 엄마 옆에서 복실이가 소파에서 음악을 들으며 먼저 잠이 들었습니다. 혼자 방에 들어가 못 자는 아이에게 푸근한 이부자리 역할을 해준 소파에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