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이 아프다. ”
선언과 같은 말.
도움을 청하는 말이다.
가을은 청의 계절이라 팔을 많이 쓴다.
수제청을 계속 만든다.
그래도 집안일 하나만은 하자.
소파 지킴이를 오늘도 자청한다.
소파님 소파님 예쁘시군요.
꽃단장하시니 고우십니다.
저는 힘들어도 당신의 한나절은 지켜드리겠습니다.
소파의 시녀는 그녀의 발치에 퍼질러 앉았다.
무릎을 꿇고 공손한 자세로 앉아야 옳으나
다리에도 힘이 없었다.
철퍼덕.
온 가족이 둘러앉아 빨래를 나누었다.
분배의 시간이었다.
그렇다 나눔은 역시나 좋은 말이었다.
남편은 입으로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자신은 수건을 갰다.
이런 날이 오고야 만다.
감격의 순간 눈물겨워야 했는데
이제야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순간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너무 강한 척을 해서
그동안 빨래를 안 개준 것은 아니겠지.
오늘부터는 골골 모드로 돌입해 볼까.
아니다 나는 홀로 우뚝 서는 사람이다.
기대려고 하는 마음을 버리자.
소파는 내가 지킨다.
나의 의지를 가족 모두에게 전파하자.
나의 영향력이 미친 것으로 아름답게 포장하고
23일 차 소파 지킴을 마무리한다.
나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