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서울 하늘은 여전히 비가 오락가락이다. 요즘 해외 가는 날이면 어김없이 흐리거나 비가 오는 것 같다. 6002번 공항버스를 눈앞에서 놓치고 20분을 다시 기다리며 다음 버스 탈 때까지 비가 오지 않길 바라면서 하늘을 바라본다. 눈앞에서 차를 놓치면 찾아오는 허망함과 마음에 파도를 일게 하는 조바심을 느끼며, 늦지 않았는데도 왜 이리 여유가 없는 걸까 자신을 책망해 본다. 이번 여행은 혼자가 아닌 언니와 동생들과 패키지여행이라 혼자 여행과는 달리 머리 쓸 필요도 없고 여행의 여유로움을 즐겨야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더 마음의 여유가 좁아지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첫째는 인천공항 smart pass를 처음 시도해 보기로 한다. playstore에서 smart pass 앱을 다운로드한 후 여권등록은 쉽게 되었으나, 얼굴인식은 잘 되지 않아 너무 힘들었다. 몇 번의 실패 후 간신히 성공하여 탑승권까지 등록을 마치고 기대에 부풀어 공항 검색대로 향했다. 그런데 출국과정을 간편하게 해 준다는 말이 무색하게 저녁이라 사람이 없는 탓인지 smart pass효과를 보지 못했다. 앱을 다운로드하여 등록절차과정에 어려움을 겪어서인지 첫 검색대 통과가 허망하게 지나 헛웃음이 나왔다. 사람이 많을 때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노력에 비해 조금 비추이다.
두 번째는 비행기 안에서 앞에 걸을 수 있는 발걸이를 사용해 보았다. 장거리여서 좁은 공간에 발을 움직일 수 없어 불편했는데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발이 그네처럼 지지대가 되어 움직일 수 있어서 조금은 발의 통증을 줄일 수 있었다.
세 번째는 가습 마스크 사용이다. 마스크 안에 물을 적신 면을 안에 집어넣어 사용하는 가습 마스크는 가습 효과가 있는지 숨쉬기가 부드러웠다. 건조하면 면을 꺼내 물을 조금 적셔주었다. 기내에서 건조하지 않고 좋았다.
장거리라는 마음의 준비를 해서인지 이스탄불에 도착할 때까지 잠을 자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포르투갈은 한국에서 직항이 없어서인지 transfer를 할 때 터키항공은 이스탄불을 경유지로 정했나 보다.
이스탄불에 내리자 비행기 사이로 붉은 해가 보이며 하루의 시작을 알린다. 공항에서 일출의 광경은 바다의 일출과는 다른 설렘을 주었다.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니 몇 년 전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변해있어서 볼거리로 다양했다. 화려한 명품 shop과 예쁜 레스토랑들이 공항의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었고 공항 미술관이 있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비행기가 2시간이나 지연되면서 점차 지쳐간다.
간신히 비행기를 타고 리스본에 도착했을 때는 17시간의 비행으로 몸이 허공에 떠있는 듯하다. 포르투갈 공항에 내리자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과 하늘을 향해 쭉 뻗은 멋진 트리모양의 나무가 맨 먼저 반겨준다.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 포르투갈의 한국인 현지 가이드를 만나 바로 투어를 시작한다. 공항에서 빠져나와 관광버스 창문밖의 풍경이 한국인지 포르투갈인지 모르게 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배도 고프고 피곤이 몰려오는 상태에서 첫 관광지인 리스본의 근교 마을 오비도스라는 곳으로 관광버스는 1시간가량 달린다. 가이드의 설명을 자장가로 들으며 아름다운 오비도스 투어를 위해 잠시 수면 속으로 빠져든다. 여행은 젊은 시절에 하는 것이란 말이 실감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