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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 Aug 27. 2024

1. 처음 뵙겠습니다.

마음건강 클리닉

어색하네요. 제가 뭐, 딱히 어디 불편하달 것은 없는데...

그래도 수십 년이 지나도록 반복되는 마음속 응어리가 있어서요.

그런 것들이 무한 반복되고 있어서 풀고 싶었어요. 이곳이 도움이 될 거라 해서...


잠은 잘 자요. 아니 아니, 밤중에 소변 마려워서 한 두 번 깨기도 하지만.

잠 안 올 때도 있어요. 그런 경우는 낮에 커피를 많이 마셨거나 낮잠을 잤거나 그래서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게 깨서 잠을 못 자게 되어도 초초해하지는 않아요. 그냥 벌떡 일어나 거실에 좀 앉았다가 눈이 편안해지면 책을 읽어요. 새벽 4시까지 그렇게 보낸 적도 가끔 있는데, 아침에 출근하지 않으니까 별로 걱정하지는 않아요. 그런 날은 그냥 '내일은 하루가 많이 늦게 시작되겠구나..' 생각하고 졸린 마음이 들 때까지 책을 읽는 거죠. 그러다 보면 잠이 들긴 하더라고요.


책 읽는 거, 네, 무척 좋아합니다. 독서를 장려하는 문화에서 성장한 세대잖아요, 제가. 또 모범생 그리고 교양 있는 사람... 후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로 독서의 습관을 길렀지요. 그런데 이제는 정말 책 읽는 즐거움을 알아요. 책 읽기가 즐겁고 또 제 삶의 위로도 되고 친구 같아요. 그래서 독서 습관은 저의 조용하고도 즐거운 친구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주로 문학 작품을 읽어요. 특히 영미소설. 그것도 현대물을 요. 여행기도 많이 읽긴 했는데 딸이 유학 갔다가 미국에 사는 교포 청년과 결혼하면서 미국에 사는 사람들에 대하여 더 잘 알고 싶어 지더라고요. 특히 미국에서 경계인으로 사는 사람들 이야기요. 이창래 씨나 줌파 라히리 같은 작가의 책은 국내에 번역된 것은 다 읽었어요. 줌파 라히리는 인도계 미국인 여자예요. 제가 미국에서 몇 달 생활해 보니 인도 사람들이 그렇게 많더라고요. it 계통의 전문가들이 많다고 하더니 확실히 엘리트 이민이 많은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 이민도 하와이 사탕수수밭 이민시절까지는 아니고 그냥 625 이후에는 엘리트 이민이었던 것 같아요.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 감히 미국이라는 나라까지 옮겨가 볼 생각을 하고 시도를 했다는 것은 대단한 사람들이죠. 그 후엔 기술이민? 병아리 감별사나 이미용사, 그런 식으로 또 많이 간 것 같아요. 제가 아이 한창 키우던 2000년 전후엔 교육 이민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제 친구나 지인 중에도 4명이나 있어요. 2003~4년 즈음에 앞다투어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로 갔으니까요.


후후 죄송해요. 책 이야기 하다가 근대 한국 이민사를 읇고 있네요.

제가 참 말이 많아요. 아녜요. 말을 잘한다기보다 그냥 수다'..

전 사실, 조용히 말없이 있는 것이 불편해요. 그래서 공기를 흩트린다고 해야 하나, 말이라도 해서  공기가 움직이게 하자.. 뭐 이런 무의식의 발로일까요?

이곳은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해도 다 접수해 주시는 곳이죠?


그래도 돼요? 정말로?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 보면 생각들이 잘 정제되기도 하던데, 말이라는 것은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요? 그런데 다른 측면도 있겠네요. 그렇게 잘, 좋은, 정제된 말만 하려다 보니 입 밖에 나오지 않은 그것들이 따로 생기겠죠? 생각으로 떠오르긴 했으지만 밖으로 마오지 못한 채 제 몸안에서, 제 생각 안에 살면서 계속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어쩌다 불쑥불쑥 떠오르고, 처리되지 못한 문젯거리로 남아있는 듯하고.. 그렇게 되는 것 아닌가요. 저는 많이 담아두지도, 참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도 답답하다.. 생각되곤 하는데..

앞으로 이 자리에서는 횡설수설이 될지언정 다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들어주실 선생님이 걱정 되지만 아무튼 고맙습니다.


어머,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요? 참 빠르네요. 네 그럼 다음에 뵙는 거지요?

그런데 미리 말씀드리지만, 약.. 그런 거... 저는 싦어요. 저 혼자 지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해요. 정신을 흔드는 약제는 피하고 싶습니다. 저의 오래 묵은 '마음 덩어리'는 선생님과의 대화와 상담만으로 해소되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약속은 데스크에서 잡으면 되겠지요?

고맙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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