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내가 살던 마을은 지도에서 찾기조차 쉽지 않은 깊은 산골이었다.
마을이라고 해도 일곱 가구가 오손도손 모여
가족처럼 살았고,
사람보다 산과 나무가 더 많은 곳이었다.
그 마을에서 구릉지로 조금만 올라가면 언제나 보이던 산이 하나 있었다.
아이였던 내 눈에도 한눈에 “큰 산”이라는 걸 알 수 있었던 산,
국민학교 교가에도 첫 가사가 제암산 정기
펴는 삼계의 안뜰, 알뜰한 보금자리 우리의 학교,
이 나라에 큰 일꾼이 ᆢ라는 가사가 시작된다
위험해 보일 만큼 높고 묵직하게 서 있던 그 산의 이름이 제암산이다
제암산은 장흥군과 보성군 웅치면의 경계에 자리 잡은 산이다.
제암산 휴양림과 이어져 있고, 물이 많고 골이 깊다.
월출산이나 천관산 못지않게 산세가 당당해
멀리서 바라봐도 쉽게 잊히지 않는 산이다.
정상에 오르면 고흥반도와 득량만까지 조망이 되고,
날이 맑은 날에는 장흥과 보성, 고흥 들녘,
그리고 다도해 남해 바다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아이였던 나에게 제암산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세상과 맞닿아 있는 하나의 문 같은 존재였다.
제암산 아래에는 산동마을, 척동마을, 만년마을이
이어져 있었고,
그 한가운데 전교생 사백 여명 남짓한 시골 학교가 있었다.
내가 여섯 해를 다닌 국민학교였다.
나는 그 학교에서 가장 먼 동네에서 다녔다.
워낙 외진 산골짜기라
아침마다 산을 넘고 반바위를 지나 삼정마을을
거쳐야 만고 학교에 닿을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에는 질퍽한 흙길이 발을 잡았고,
겨울이면 발밑에서 눈이 얼어 소리를 냈다.
학교를 간다는 것은 매일 산을 넘는 일이었고,
그 길은 늘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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