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도 괜찮고
시어머니를 힘들게 한 나지만.. 나는 내 가족을 엄청나게 사랑한다.
뭐 다들 그렇겠지만 난 좀 유난히 그런 거 같다. 내 가족이랑 함께라면 오지라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살면서 이혼. 왜 안 하고 싶었겠나? 내 성격 다 맞춰주고 굽히고 들어오는 남편이지만 잔소리가 오죽 많은 게 아니다. 나는 화나면 입을 닫고 또 그리 말도 많은 편이 아니다.(집 한정) 화가 치밀어 올랐을 때 했던 말이다. "오빠, 오빠는 진짜 그 주둥이 때문에 이혼하게 될 거야."
우리 남편은 24시간 말을 한다. 자면서도 말을 한다. 쫓아다니면서 잔소리를 늘어댄다. 옛 할머니처럼 옛 엄마들처럼 하루종일 혼잣말도 하면서 나를 비평하기 바쁘다. 잘한 거에 대한 칭찬이 인색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내가 공감을 바라고 한 말에는 "너는~"하며 비판하기 바쁘다.
애 때문에 산다고?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말하고 싶은데 나는 슬프게도 다 맞는 거 같다.
요즘 육아는 단톡방이 큰 비중을 차지해서 잘~ 봐줘야 한다. 내일 가져갈 준비물이라던지 사생대회라던지 미술대회 예술대회 뭐 참여하는 것도 많아서 매일 봐도 까먹기 일쑤다.
애가 셋이고 반전체 단톡방 국어단톡방 영어단톡방 곱하기 2를 해줘야 하고 주말에 다니는 라틴댄스, 보습학원, 미술. 중국어로 날아오는 소식들을 매일매일 체크해야 한다.
그걸 외국인 아내인 내가 번역기를 돌려가며 체크한다. 그런 단톡방이 있는지도 우리 남편은 모른다. 알아도 중학생인 아들 단톡방 하나 있는 거 같다.
공동육아라고는 하질 않고 눈으로도 애를 보질 않는다. 그저 내가 모든 잘못을 안고 애들 교육이 어쩌고 저쩌고 좋은 습관이 하나도 없다느니 어쩌고 저쩌고.. 요즘 걱정인 게 아들이 중학생 되어서 아빠랑 점점 멀어져 가는 걸 볼 때마다 씁쓸할 뿐이다.
중국에 살지만 아이들이 뽀로로를 보면서 커서 크롱을 알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엄마는 크롱이 제일 좋아"라고 말한다.
왜냐면 크롱은 말이 없기 때문이지..
우리 남편이 잘하는 건 집안일이다. 밥도 잘해 설거지도 잘해 청소도 잘해. 이제는 육아가 거의 끝나가니 이제 하나 남았다. 잔소리 많은 거 그거 딱 하나 흠인데.. 뭐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한테 늘 청소 좀 잘하라고 늘 말하는데 내 눈에는 거슬리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아무리 말해도 안 하면 포기할 법도 한데 우리 남편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고 그건 내가 감내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
애들한테 엄마는 크롱이 좋다고 말했을 때,
아이들이 말했다. "아빠는 그 새 있잖아 분홍색깔 새. 곰 위에서 엄청 떠드는 그 새 그거 같아."
"아 그 새 이름이 뭐더라? 아 맞다 해리"
육아하셨고 뽀로로 아는 분이면 해리 익히 알고 있을 것 같다.
나는 크롱이 좋지만 해리랑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