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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운을 주는 사람

by 지안

한동안 사람들과의 만남이 피로하다는 이유로 피했다.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었고, 약속을 잡았다가도 취소하기 일쑤였다. 내가 원래 젤 싫어하는 사람이 약속 취소하는 사람인데,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다. 아프다고 거짓말하기도 하고, 급한 다른 일정이 생겼다며 핑계를 대곤했다. 사람들을 만나고나면 왠지 모르게 우울해지고, 힘이 빠졌다.


나의 시간만 멈춰있는 것 같아서, 나만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내 상황을 주저리 주저리 설명해야 하는 것도 참 피곤했다. 말하면서 내 상황이 더 와닿았고, 비참하게 느껴졌다.


겨우 힘을 내서 나갔다오면 집에 오는 버스 안에서 우울함이 가득 밀려와 어느 날은 술의 힘을 빌려보기도 했다.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더라. 그냥 괜히 취해서 마음만 더 센치해질 뿐이다. 어느 날은 미친듯이 몇시간씩 다리가 아파올 때까지 걸어보기도 하고, 배가 찢어질 때까지 먹다가 토할 것 같을 때 그만 먹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이렇게 반복되는 악순환속에 나는 '아무도 만나지 않기'를 선택했다.


오늘, 정말 오랜만에 좋은 기운을 주는 사람들을 만났다.

어쩌다보니 모인 희한한 조합의 친구들이었는데, 둘둘이 만나기로 했던 약속이 합쳐져 뜻하지 않은 조합으로 만나게 된 4명의 조합이었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상황에 있어서 일까 내 상황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의 힘듦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다 이해하고 서로 공감할 수 있었다. 서로가 불편해하고 힘들어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지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집에 오는 길, 마음이 너무 편안했고 즐거웠다.

내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나 중요한 일이었다니.

마음이 즐거우니 할 일을 할 힘도 생겼다. 몇 주간 미뤄둔 할 일을 하러 나가볼까 하는 동기부여도 되고, 운동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며 운동을 다시 다짐하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기운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인생은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좋은 기운을 주고 받는 사람들과 보내기에도 아까운 시간으로 가득하다. 내가 힘들고 나를 갉아먹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에는 내 에너지도 충분하지 않다. 많지 않은 에너지, 좋은 사람들과 나누며 올해를 보내고 싶다.


뜻밖의 유쾌하고 따뜻한 만남에 편안해진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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