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나름 잘 돼 가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늘었고 데이터 세일즈에 성공할 때마다 사무실에 있는 징을 쳤다. 그 즘에 몇 년간 회사에서 경험이 있었던 나에게 새롭게 자리에 오른 치프 데이터사이언티스가 찾아왔다. 그는 최근 부서를 크게 변경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커리어 개발 방향을 어떤 식으로 생각해? 지난번 우리 전체 데이터사이언티스트 회의에서 얘기했듯이 테크 쪽으로 계속 성장하는 방향이 있고 프로젝트 관리 같은 매니저 방향이 있는데. 생각 좀 해봤어?" 나는 물론 이게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았다. 그전에도 그는 몇 번 관련 얘기를 했었다.
회사 내에는 여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었다. 그중 하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팀이었고 상당히 진보된 기술을 사용하고 비즈니스 예측모델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이미 고객들에게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보내고 있고 유지관리가 핵심인 팀이었다. 그는 나를 현재 이미 꽤 궤도에 오른 프로젝트의 매니저 역할로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면 나는 스타트업인 이 회사에 오래된 사람 중 하나였기에 회사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잘 알고 있었고 그 프로젝트의 실제 일을 오래 해왔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하기에는 다른 회사에서 이런저런 경험과 다양한 기술을 접하지 못했기에 그는 나를 새로운 프로젝트보다 기존 회사에서 계속 돌아가는 비즈니스모델의 DS 매니저로 생각한 것이다. 하나는 매니저로 나름 승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현재의 직급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잠시동안의 침묵 끝에 나는 답했다. "난 기술적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어. 관리 쪽보다는 새로운 기술 배우고 모델링하고 이런 거 하고 싶어" 사실 난 이미 그 당시 답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든 결정에는 단 하나만의 이유는 없다. 먼저 관리직이 되면 거의 코딩을 하지 않는다. 거의 보고를 받고 보고를 그 윗선에 올리기 위해 슬라이드 만드는데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많은 미팅을 한다. 개인적으로 미팅은 하루에 한두 번이면 족하다. 그리고 매일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안되면 다그치기도 해야 하는 것이 좀 그랬다. 그리고 나는 먼 미래를 생각했을 때 이민자로서 계속해서 관리자로 성장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또한 이 회사에서 나가게 되었을 때, 관리자로 아님 기술직으로 어떤 것이 새로운 직장을 잡기 쉬울까 생각했다. 유창한 언어를 사용하는 미국인을 내가 상대할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individual contributer로 투입되었다.
사실 지금 생각은 좀 다르긴 하다. 만약 그때 매니저가 됐으면 어떨까. 그리고 앞으로 내가 기술적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데이터 인공지능 분야는 더 빨리 변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계속하여 배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실 프로젝트 관리도 기술이고 경력인데 그 기회를 너무 간단히 차 버린 것은 아니었을까.
여하튼,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진짜 데이터사이언티스트 같은 일들을 했다. AWS에서 상당히 큰 컴퓨터 파워도 사용할 수 있었고 다양한 알고리즘도 적용해 보고 테스트하면서 모델 등을 만들었다. 우리 프로젝트를 이끌던 principal data scientist는 팀 회의에서 솔직히 우리 팀만 진짜 데이터사이언티스트 일을 하는 것 같다고 종종 얘기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이후에 내게 너무나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우리 프로젝트는 POC(proof of concept)를 넘어 하나의 고객을 찾았다. 꽤 큰 고객이었기에 상당히 앞으로 잘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건강과 관련한 이런 것들을(공개적으로 글을 쓰기엔 그런) 예측한다는 것이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그 즘에서 경영진들이 회사의 미래 계획에 있어 방향을 크게 틀고 있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데이터 과학과 모델, 인공지능 등을 말하던 경영진들이 데이터 플랫폼 툴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고 구입하는 데이터의 양을 줄이기 시작했다.그리고 기존의 오랜 고객들을 잃었다는 소식이 하나 둘 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