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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han Mar 12. 2024

7. 미국 문화 그리고 직장 적응기

7. 연봉협상, 처음 느끼는 어색함

컨트랙터로 일할 때 조심할 점이 있다. 받은 돈이 다 내 돈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으로 치면 프리랜서이기에 그 돈에는 각 종 세금과 보험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에 계약서에 사인할 때 금액에 조금 놀랐지만 막상 이것저것 때다 보니 크게 남는 것이 없다. '아 그럼 그렇지'. 그렇게 저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회사에 적응도 좀 했고 가끔 집에서 일했다. 사실 인턴 때야 물어볼 것이 많아 매일 나갔지만 사실 자유로운 출퇴근 문화라 회사에 한두 번 나가는 사람이 많았다. 뭐 사실 다른 주에 살아서 아예 집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집에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일하며 자유로움을 느꼈다. 일은 가끔 챌린징 한 것이 주어졌지만 뭐 크게 스트레스 없이 일을 해 나갔다.


그리고 계약 만료일이 한 두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 즘 해서 또 그 친구가 나에게 자기가 다녔던 큰 병원에서 풀타임 DS 직을 뽑는데 지원하라고 했다.

'그래 그 매니저가 날 고용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한참 전이고 사람 일을 어떻게 알까. 막상 예산이 안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또한 나는 그런 약속을 매니저가 안 지켜서 아무 준비 없이 직장을 하루아침에 잃었다는 얘기도 들어왔다. 그렇게 나는 뉴욕에서 가장 큰 병원 중 하나인 그곳을 지원했다. 또 집에서도 한 30분 거리라 하이브리드 출퇴근은 안 되겠지만 통근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는 그 친구의 과거 상사였던 통계분석 담당 의사를 만났다. 굉장히 짧은 인터뷰 이후에 실무 담당자 몇 명을 만나 테크니컬 인터뷰를 봤다. 그리고 한 삼사십 분 동안 코딩 시험을 종이에 쳤다. 파티션에 넥타이를 맨 사람들을 보며 옛날 한국에서 일할 때의 느낌이 조금 왔다.

  "네이선 이리 와서 이거 함 봐봐" 그러면서 유튜브에서 웃긴 영상을 보여주는 현재 회사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뭐 큰 회사의 특징이겠지 하며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되지 않아 답이 왔다. HR인데 얼마에 오퍼를 주려고 한다. 구두로 답을 주면 메일 곧 보내겠다. 이번주에 생각해 보고 답을 주겠다고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통화 후 며칠이 되지 않아 매니저가 나를 불렀다.


"얼마 안 있으면 계약 끝나는 거 알지 예전에 말한 대로 풀타임으로 고용할 거니까 메일 곧 갈 거야 금액은 xxx" 그때 짧은 순간 나는 어쩔 줄 몰랐다. 그리고 그 금액은 그 병원에서 제시한 금액보다 만불이 낮았다. "사실 아무 얘기 없길래 나 다른 곳 지원했고 오퍼를 이미 받았어 그리고 금액은 xxx 야 그래서 생각을 좀 해봐야 될 것 같아." 매니저는 살짝 업된 말투로 "내가 얘기했었잖아 오퍼 줄 거라고". "그거야 컨트랙터 사인할 때고 그 이후에 말이 없어서 나는 몰랐지"  

그렇게 그날 우리 대화는 끝났고, 다음날 그녀는 나를 다시 불렀다.

 "그 금액 맞춰줄게 오퍼 받을래?"


또다시 고민에 빠졌고 아내와 그리고 그 의사를 소개해준 그 친구와 의논을 했다. 그 친구는 당연히 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자기도 여기 회사 곧 떠날 거고 그 병원 가면 경력이 잘 돼서 그 이후에 어떤 곳에 지원하더라도 큰 플러스가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아내 생각은 좀 달랐다. "이미 잘 다니고 있고, 나름 행복한 근무환경에다 출퇴근 자유롭고 좋은데 굳이 옮길 필요 있을까 돈까지 맞춰준다는데" 결국 난 아내 말을 들었다. 해피 와이프 해피 라이프라는 표현이 않는가. 무엇보다 그 병원은 근무 환경이 너무 딱딱해 보였다. 그리고 시험을 칠 때 느꼈던 것이 너무 옛날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 크게 테크니컬 쪽으론 배울 것이 없어 보였다. 물론 비즈니스적으론 많이 배우겠지만. 그리고 또 하나는 경력적으로 볼 때 미국 첫 회사에서의 기간이 너무 짧아 보였다. 그렇게 나는 현재의 회사에 남기로 했고 그 친구에게는 미안함을 표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연봉협상을 하게 됐고 그 덕에 연봉이 $10k가 올랐다 그리고 나는 이제 처음으로 미국에서 풀타임으로 일하게 되었다. 미국에 온 지 만으로 2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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