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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숲 May 16. 2024

[엄마는처음]6십억 지구에서 널 만난 건 기적인데(1)

임신부터 출산까지

아기의 첫 생일이었다. 1년 전 뿌잉 하는 울음소리와 함께 만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라니. 느리다면 느리고 빠르다면 빠른 1년이다. 사진, 영상을 보면 참 조그맣던 아이가 (여전히 작지만) 이제는 제법 걸으려고 온 방을 누비고 다니는 거 보면 정말 많이 신기하면서도, 시간이 어찌 그렇게 빨리 갔나 싶기도 하다. 하루하루는 시간과 공간의 방처럼 안 가는데, 뭉텅이 시간은 출산 후 빠지는 내 뭉텅이 머리숱처럼 술렁술렁 지나간다.



임신부터 지금까지 정말 내 맘같이 흘러간 것이 전혀 없었다. 특히 출산까지는 더 그랬다. 처음 테스트기를 확인했던 순간부터도 그랬다. 생리를 할 때가 됐는데, 됐는데 하면서, 아기를 기다리기는 했지만 직전에 아이와 작별인사 했었기도 했고, 시험관 하기로 했는데 그놈의 일 때문에 시간을 결국 못 내서 그냥 배란일만 조정했다. 하필이면 폭우가 내렸던 중에, 3만 보나 넘게 걸었는데, 다음 날 엥? 2줄을 확인하고 아주아주 놀라면서 2줄이 사라질까 전전긍긍했던 기억이다.


출산까지 마음이 편안한 적은 없었다. 원체도 돌다리 두들기는 성정인데 이전 일도 있어서 더 불안했다. 반짝이는 아기 심장을 확인했지만, 매 순간, 매 단계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산부인과에서 오라고 하든 오지 말라고 하든 주야장천 일주일에 한 번씩 검진을 갔었다. 그러다 피도 비쳐서 한 달 동안 병가도 내고. 10년 넘게 직장 생활하면서 미련퉁이인 건지 건강한 건지 병가 한 번 낸 적이 없었는데, 아기와 관련된 이슈로 한 번은 호르몬 주사 부작용으로, 이번이 두 번째였다. 전적이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한 달 진단서를 길게 끊어주셨고, 직장에서 큰 건 2개를 집에서 해결하기는 했지만 대체로 집에서 쉴 수 있었다. 



비눗방울이 뱃속에서 뽀글뽀글 올라오는 느낌, 태동이라는 걸 하고 나서는 조금 안심했다. 적어도 내 뱃속에서 아이가 안온하게 놀고 있구나, 잘 지내고 있구나, 엄마한테 인사하는구나 싶어서. 임신 후기에 아기 태동이 심해지면 배가 아프다는데, 나는 그 배당김도 좋았다. 아이와 온전히 연결되는 느낌, 그래야 비로소 잠이 들었던 날들이다.



출산 2달 반을 앞두고 한 달을 병원에서 살았다. 아래가 영 뻐근한 느낌이 들더니, 조산기란다. 그것도 내가 병원 가자고 한 게 아니라, 내가 힘들어하는 걸 보던 남편이 가보자고 채근한 덕분이었다. 내 몸도 내 몸인데, 아기 상태에 너무 민감하지 않았구나. 아직 10주나 남았는데, 벌써 나오면 안 되는데. 인큐베이터에서의 7일이 엄마 뱃속에서의 1일과 같다는 간호사님의 말을 완전 신조처럼 새기고, 그때부터는 내 건강이고 뭐고 그냥 누워있었다. 



내 인생 세 번째 병원이었고, 한 달 입원이었다. 배가 딱딱하게 부풀어 오르는데, 그러면 안 되니까 그게 막아지는 약을 써야 하고, 그 약을 쓰니 맥박이 빨라지고, 몸이 붓고, 하, 엄마 되기 너무 어렵구나. 병원 밥 메뉴가 뭔지 매일매일 외워질 때쯤, 퇴원을 했다. 남들은 출산 전에 호캉스를 하고, 맛집을 가고 그런다는데, 나는 그저 아기가 잘 자라주는 것에만 감사하며 침대에 드러누워 또 한 달을 지냈다.



아기는 39주를 채워 태어났다.. 양수는 터졌는데 잘 내려오지 않아서 제왕절개를 해야 했다. 그 역시 예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가 감사하게도 39주 꽉 채웠는데, 다 준비가 되었는데 아기머리가 내려오지 않아 수술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으, 수술실에 올라, 의사 선생님이 손 잡아주시고(잘될겁니다하시며, 드라마처럼), 하반신 마취라 누르는 느낌은 꿀렁꿀렁 나는데, 소리는 들리지만 촉각이 느껴지지 않아서 무서웠다. 



몇 번 꿀렁꿀렁하다, 마침내 태어난 아이! 뿌엥 하고 우는데 나도 눈물이 줄줄 났다. 아이 얼굴만 보고 바로 신생아실로 보내졌는데 아기가 태어난 실감을 하기도 전에 고통이 우선이었다. 아픈 건 잘 참아내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일, 그다음 날 화장실 가는 건 정말 고통스러웠다. 무슨 움직임을 할 때마다 배가 찢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배 겉이 아픈 건지 배 속이 아픈 건지, 코로나 검사 판정받느라 출산 후 2시간은 되어야 병실로 들어온 남편은 나의 사투를 보지 못해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야속하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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