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어느 달빛 아래

어느 달빛 아래


한성희

 


아득해지는 순간이 영원이기를 바라는

저 쓸쓸함이 아름답다는 곳에서도


이를테면 오랫동안 호흡하지 않아도

그림자들이 입을 벌리고

흐르는 풍경과 상관없이


우리에게 나무는 빈 채로 서 있어요

그립다는 죄책감은 늘 이파리를 달고

빗방울을 찾는 것처럼


우리는 점점 멀리 멀리서

꽃 지는 바닥을 내려다볼 뿐

하염없이 심장만 울게 하는


계절의 꽃들이 아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눈만 깜박이는 것일 뿐


꽃은 멈춤도 없이

그냥 곁에 두는 게 좋은 저녁이에요


언젠가는 어색해지는 달빛 없이

가벼운 나무에서 밤새우는

새를 잊지 못할 것 같아


당신 이름을 부를 것 같아요



작가의 이전글 빈틈없는 슬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