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잊지 말아요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민태기

by 만민언니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었나 봅니다. 동네 산책로를 따라 짙어진 가로수의 녹음을 즐기며 걷다 그늘 아래 서니 잠시나마 시원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산책을 하다 갑자기 이 많은 나무들은 언제부터 이 자리에서 이렇게 컸는지, 작은 묘목 시절에는 어땠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지금처럼 울창해지기까지, 작은 씨앗에서 시작해 태양 빛을 받으며, 빗물을 마시며, 바람을 견디며, 나무도 긴 시간 안간힘을 쓰며 자랐겠지요. 혹은 누군가 열심히 돌봐 준 덕분일 수도 있고요. 아름드리 잘 자란 나무가 내어준 그늘 덕분에, 이름 모를 대상에게 ‘감사합니다’ 작게 속삭이게 되는 6월입니다.

감사할 대상은 또 있습니다. 6월을 생각하면 현충일과 6.25한국전쟁이 제일 먼저 떠오르는데 달력을 보니 의병의 날, 일제강점기 학생을 중심으로 일어난 독립운동인 6.10만세운동 등 역사적 사건이 여럿 기록돼 있습니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와 유가족, 독립운동가, 국군장병들의 헌신과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국가보훈처에서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지정한 만큼, 6월을 맞아 우리의 역사를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 ‘역사’가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외워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을까요?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문화적, 정치적 배경을 이해하면서 관련 인물들까지 기억하는 것이 쉽지 않아, 평소 역사서도 손에 잘 잡히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이번 달 소개해 드릴 이 책, 민태기 작가의『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은 조금 달랐습니다. 조선과 아인슈타인이라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부터 호기심이 생겨났습니다.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도 아인슈타인을 만났고 양자역학을 공부했다는 사실, 고난과 절망의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의 기반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었다는 사실, 놀랍지 않으신가요? 100여 년 전 힘들고 어려웠던 시대에 주저앉아 있지 않고, 과학과 문화, 예술,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얻어 내일로 나아가고자 했던 우리 선조들의 삶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 조상들은 상대성이론을 독립운동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조선인에게 과학은 곧 자립이었다.

어떻게 ‘과학’이 ‘자립’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당시 조선 사람들은 나라를 잃고 떠도는 유대인들에게 동질감을 느꼈는데, 유대인이었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자 ‘과학에도 힘이 있구나’라고 느끼게 됩니다. 시대의 아픔을 과학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깨달은 것이죠. 그래서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이라는 제목에는 과학혁명과 정치혁명을 꿈꿨던 당대 지식인들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화학박사이자 식민지 시절임에도 교토제국대학 교수가 된 이태규, 1935년 다윈의 진화론이 수정되는데 영향을 준 <종의 합성>이라는 논문을 발표한 농학박사 우장춘, 야구스타이면서 물리학박사인 최규남,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년 전 ‘KOREA’ 국호를 달고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서윤복 선수까지. 모두 혹독했던 일제강점기에도 과학의 힘을 깨닫고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과학을 알면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어 독립도 가능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이죠.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100여 년 전의 잡지와 신문 속 기사, 인물들의 사진까지 수록되어 있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잠시 과거로 돌아가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들이 소개한 과학으로 우리는 식민지에서 벗어나고, 몇십 년 만에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기적을 보여준 것이다. 이 책은 시대의 아픔과 비극을 과학으로 극복하려 했던 분들의 이야기이다.

엄혹했던 시절,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그들의 숨겨진 열정을 더 깊이 알고 싶지 않으신가요? 누구보다 뜨거운 삶을 살았던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이렇게 숨 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외에도 과학의 힘을 깨닫고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 애썼던 과학자들과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가 더 담겨있으니 잊지 말아야 할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조선이 만난 아인슈타인』을 펼쳐보시길 희망합니다.

거제 독서 모임 ‘북흐북흐’ 멤버 김민경

15년 전 직장을 따라 거제로 이주하였다가 삶의 터전을 잡았고,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도서관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책 모임 ‘북흐북흐’ 멤버로 활동하며 책 내용과 감동을 오래 기억하기 위해 독서노트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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