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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로 그 아이 Dec 17. 2024

비밀의 문

국립수목원 '비밀의 정원'



광릉숲의 가을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형형색색 벗어둔 옷 개키지도 못하고

육림호 살얼음 위에 발자국 남기고 갔다



전나무림 살피다 발견한 비밀의 문

서둘러 담 넘은 듯 문스런 그 

문 앞에 떨군 낙엽은 가을이 흘린 단서



초설 소식 듣고 황급히 떠났을까

자주목련 꽃눈이 못 본 체 눈감아 주

샛별이 망보았다면 아무도 몰랐을 터



귀에 익은 재잘거림 아기단풍 웃음소리

문 너머 세상은 극락으로 통할는지

밤나무 수령만큼이나 나이테 두른 비밀





    

                




경기도 포천시 국립수목원*에는 전체 길이 200미터의 전나무 숲길이 있다.

강원도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 숲길, 전북 부안 능가산 내소사 전나무 숲길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길이다.

(*국립수목원은 1999년 5월 새 단장 이전에는 '광릉수목원'으로 불렸다.)


이곳 전나무 숲은 1920년대에 월정사 전나무 숲에서 종자를 가져와 증식, 식재한 인공림이며 광릉숲 전체의 4%를 차지한다.

우점종인 전나무를 비롯하여 층층나무, 까치박달나무, 작살나무, 십자고사리, 미나리냉이 등 32종의 식물이 서식한다.




전나무 숲속 비밀의 문


11월, 12월에도 어김없이 수목원에 갔다.

내가 광릉수목원에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곳이 바로 전나무 숲길이다. 수목원 내 대표 명소이다.

전나무가 발산하는 피톤치가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는 폐 내부 구석구석을 말끔히 청소해 주 듯 상쾌하다.

전나무숲길, 좌(12월11일)/ 전나무숲길, 우(11월13일)

오른쪽 사진은 낙엽활엽수 지기 전




전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숲 속에 덩그러니 서 있는 문 하나가 눈에 뜨인다. 비밀의 문이다.

그 너머에 비밀의 정원이 있다.

이 비밀의 정원은 560년간 공개되지 않았던 곳이었으나 2024년 10월, 제23회 산의 날을 맞아 일반인들에게 전격 공개 되었다.


사극을 볼 때, 왕이나 세자들이 궁인들 몰래 비밀 문을 드나들며 은밀한 휴식을 즐기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광릉숲 비밀의 정원은 어떤 용도로 만든 것인지 기록에는 없지만 560년 동안 비밀을 간직해 온 것을 보면 왕의 쉼터, 놀이터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보았다.


관람하는 방법

매주 평일 1회, 오전 10시

주말 2회, 오전 10시, 오후 2시

현장접수만 가능하고 국립수목원 입구 '숲해설 센터'에서 회당 선착순 15명만 접수받는다.

접수 시간은 오전 9시이기 때문에 집이 먼 사람들서둘러야 것 같다.



드디어, 비밀의 문을 열다.

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비밀의 정원을 다녀간 분이 계시다. 바로 네이버 블로거 무한긍정님이다.

무한긍정님의 노고에 힘입어, 그 내부를 드디어 구경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자, 출발합니다==3



숲 해설가께서 문을 열어 주신다.




나무판에 새겨진 안내도이다.

보물지도 같은 느낌이다.




천연 계곡이 나온다.




오래된 미래

말에 '오래된 미래'라고 적혀 있다.

사목은 과거 어느 시점에서부터 사목이었고 그것이 완전히 분해 될 때까지는 미래에도 사목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쓰러진 나무는 나무로서의 생명은 끝났지만 생태계 구성원으로서의 삶은 새롭게 시작된다.

자연에 양분을 공급하고, 온갖 곤충, 애벌레의 집이 되며 그들을 잡아먹는 새들에게는 풍요한 밥상이 된다. 이렇듯 사목은 생태계라는 순환의 고리에서 숲의 건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치열한 공존

서어나무, 졸참나무 등의 교목경쟁하듯 엉켜 있지만 달리 보면 서로 지탱하며 공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생강나무가 있는 곳




멧돼지 목욕터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해 진흙 목욕을 한다. 수컷, 암컷의 목욕탕이 다르다고 한다.^---^

배우신 분들ㅋ




350년 된, 국내 최고령 밤나무

비밀의 정원의 하이라이트다.

어쩌면 이 고목을 지키기 위해 수백 년의 비밀을 함구해 온 것일지도 모른다.

정원의 가장 내밀한 곳에서 조선 왕조의 흥망성쇠를 겪어 내고 근현대사의 질곡을 마디마디 새겨 온, 역사의 산물, 역사의 증언자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사진은 무한긍정님께서 11월에 촬영한 것이다. 따뜻한 봄, 여름에는 어떤 풍채를 뽐낼지 궁금해진다.




실제로 탐방해 볼 날을 기하며 문을 닫는다.




출처

https://blog.naver.com/bravejs337/223690579171


비밀의 정원 내부는 네이버 블로그 '무한긍정의 나름답게', 무한긍정님의 포스팅을 바탕으로 쓴 내용다.

오갈 때마다 궁금했는데 비로소 그 문 너머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무한긍정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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