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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되는대로 Jun 09. 2024

새나루 #4

어떤 이유로


주말을 앞두고 있 4월 5일 금요일,

ys는 다음 주에 있 22대 총선 사전투표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러 갈 참이었다.

그녀는 직원들과 함께 를 나서 입구로부마흔 일곱번째를 나무를 지나 이제 막 꽃 펼치려꽃망울 아래를 걷고 있었다.


핸드폰에서 갑자기 '딩동' 하는 알람음이 울렸다.

평소에 음량을 줄여놓아 보행 중에는 잘 들리지 않았는데 뭔가 고막을 는 느낌이다.

촉이었을까? 알 수 없는 불길한 마음이 갑작스러운 비의 첫 물방울 느낌처럼 폰을 쥔 손등에서 터졌다.

그녀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펼쳤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보곤 이내 폰을 닫아버렸다

아니다, 같이 가던 일행이 있으니 따라가야 했기에 그랬다.

아니다, 뭔가 무시해버리고 싶은 내용이 있어서 외면해버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잠시 멈춰서 봤을 뿐인데, 일행들은 저 멀리 가있는 거도 모자라 조그맣게 작아지고 있었다.




투표를 마치고 식당의 하얀 의자에 앉아 밥을 기다린다.

점심시간이라 소란스러운 식당 안은 내용이 판독 안 되는 소음으로 가득했지만 이상하게 조용했다.

꿈결처럼 아련했고 눈앞 세상은 색상과 빛이 잘 분간되지 않았다.

머릿속은 안개로 덮인 듯 뿌예져 있었다.

옆자리의 직원이 뭐라고 입을 달싹거렸지만 무성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심지어는 잠시 후에 잘 차려진 밥이 나왔지만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는 사실맛도 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밥때를 배려하지 않은 얼떨떨한 12줄의 짧은 통보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생각할수록 야속하다. 그런 걸 보내려면 오전 일찍 보내든지 식사시간 이후에나 보낼 것이었다.

직장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황금시간에 그런 내용을 보낸 행위자의 처사는 세련되지 않았다.

너무 배려가 없지 않느냐는 원망감이 생긴 것은 몇 달이 지나 정신이 든 후였다.

어느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서 밥을 제대로 밀어 넣을 사람은 없다.




그녀는 금요일 오후에 갑작스런 조퇴를 하고 다음 주 내내 휴가를 내었다.

멍한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것도 있지만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신호등은 대충 몇 번째 것인지도 분간이 안 갔다. 그렇게 아득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도중에 그녀에게 항상 힘이 되어주는 든든이에게 전화가 왔다.

친구는 무슨 기쁜 일이 있었는지 다소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의 경사를 말해주었다.


그녀는 지금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누르고 차분하게 축하의 말을 해주었고 성의 있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아주기까지 했다. 평소 그녀는 자신의 나이가 아직 많지 않고 어린 편이라며 스스로 자부해왔다. 그렇게 나이를 외면하는 그녀였지만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놀라운 감정 컨트롤은 그녀가 넉넉한 어른임을 스스로 보여주는 증거였다.


영문도 모르는 친구는 나루 앞 삼성천에서 부지런히 물고기를 찾다가 마침내 한 마리를 부리에 얻어 물고 기쁨의 날개를 푸드덕거리는 생각 없는 백로마냥 한바탕 신나게 떠든 후 전화를 끊었다.

다만 친구는 전화를 끊으며 그런 생각했다.

무슨 일이 있나?.....




집에 돌아온 ys는 너무 피곤하고 힘이 들어 때아닌 돌풍에 볏단 무너지는 모습으로 드러누워 버렸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지? 뭐부터 손을 대고 해결해나가야 하나 머릿속에 끝없는 생각의 바람이 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그녀는 감정을 조금 추스른 후 이 상황을 몰고 온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큰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ys로부터 소식을 전해듣자 언니는 입이 굳어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큰 언니를 얼려 놓은 ys는 작은 언니에게도 전화를 했다. 작은 언니는 아예 무너져 목놓아 통곡을 했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아직 정확한 내용은 모르는 상태였다. 구체적인 내용도 모르는 그녀가 이번에는 가족들을 진정시키기에 바쁜 상황이 되어버렸다.


 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겨우 마음을 추스른 그녀는 물을 꺼내기 위해 냉장고에 다가갔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퉁' 하고 떨어졌다.

물을 한모금 가까스로 마신 후 소파 위에 대충 던져둔 가방을 집으려고 돌아섰다. 그런데 갑자기 또 눈물이 '퉁'하고 떨어졌다.


그녀는 마음이 답답해서 베란다로 향했다.

 만나면  하늘거리는 보드라운 커튼을 손으로 잡고 섰다.

그리고 커튼 옆에 서서 어두워 삼성천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빛나는 백로 아직도 배가 고픈지 물속을 뒤지고 있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바라다 새나루 하늘, 반짝거리는 카이오페이아가 눈에 들어왔다.



케페우스의 아내이자 안드로메다의 어머니였던 카시오페이아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으나 특유의 자만심과 허영심 때문에 벌을 받아 북쪽하늘을 도는 별자리가 되었다.


ys는 물기어린 시야에 담긴 카시오페이아를 올려다보며 마음으로 말을 걸었다.

"나는 너처럼 허영심이 강하지도 않고 자만심도 없으며 사람들에게 착하게 대해주는데

그런 나에게 힘든 일이 왔을까?" 네가 말 좀 해주라...


고개를 돌릴 때마다 한 번씩만 퉁퉁 빠추던 눈물이 이번에는 툼벙툼벙 떨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랬다. 모든 일이 갑자기 일어나고 있었다.


 '암'이었다.

 모든 일들이 갑자기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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