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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되는대로 May 14. 2024

소방서... 죽음의 화단 이야기

소방관이야기


전에 D소방서에서 근무할 때였다.

당시 나는 진압대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아침에 전일 근무자와 교대 후 소방서 차고에서 개인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알 수 없는 쿰쿰한 냄새가 계속 났다.


소방서 차고에서는 항상 특이한 냄새가 난다.

보통 불냄새라고도 하는데 현장활동 후 입었던 방화복과 장비들에 화재현장의 냄새가 배어 그대로 주차된 차량과 함께 적재되니 그 냄새가 사라질 틈이 없다.

세탁도 원활하지가 않기에 소방서 차고에서 그 불냄새를 맡는 건 소방관의 당연한 일상이었다.


그런데 이 냄새는 좀 달랐다.

촉이 발동한 나는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 여기저기 가보다가 동물구조 장비를 모아둔 쪽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개나 고양이 구조용 케이지에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2단으로 쌓인 케이지를 하나씩 들춰보다가 기어이 못 볼 것을 보고야 말았다.


죽은 고양이 사체였다.


고양이 사체가 든 케이지를 들어 올려 뚜껑을 채 열기도 전에  부패한 사체에서 고약한 냄새가 진동했다. 사체의 항문에 하얀 구더기가 슬어 있었고 이미 부패물이 흐르고 있었다.


구토가 날 뻔했다.

아마도 죽은 사체를 수거해 왔다가 다른 출동들 때문에 잊어버린 채 꽤 방치된 것 같았다.



[참고사진]






발견은 내가 했는데 누가 치우랴....

게다가 내 짬밥은 그걸 누구에게 치우라고 시킬 입장도 아니었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삽을 하나 챙겨 들었다.

구급차에 가서 비닐장갑을 하나 빼다가 손에 끼고 고양이 사체의 다리두개씩 잡고 들어 올렸다.

그러자 축 늘어져 죽어 있는 고양이의 썩은 똥구멍에서 하얀 구더기가 퉁퉁퉁 떨어지고

썩은 물은 질질질 흘렀다.

참아야 했다.

이 녀석도 한때는 귀엽고 예쁜 아기였을 것이다.


당장에라도 손에서 놔버리고 싶은 징그럽고 차가운 감촉을 참아가며 소방서 뒤편 화단으로 이동했다.


고양이를 살포시 내려놓고 삽으로 화단을 팠다.

땅을 몇 번 채 찍지도 않았는데 뼛조각이 나온다.

전에 묻은 다른 동물의 뼈였다.

삽자리를 옮겨 다시 팠어도 또 같은 상황이다.

세 번째 만에 안전한 자리를 찾았고 깊이 판 후에 고양이를 고이 뉘였다.



구덩이에 고양이를 집어 넣은 후

간식으로 먹으려고 챙겨갔던 빵을 가져와 잠든 고양이 위에 놓아주었다.

그리고 그 위에 흙을 덮었다.

암매장을 끝낸 후 나뭇가지로 고양이 무덤에 십자가 표시를 했다. 그리고 기도를 했다.


"아가야, 너의 천국에 가서 행복하게 지내거라.

혹시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좀 더 좋은 생을 살기를 바랄게~"


나는 진심으로 기도했고 고양이에게 위로가 되었기를 바랬다.


소방서 화단은.... 사고를 당해 죽거나 아파서 병들어 죽은 작은 동물들의 천국이다. 나 혼자 치른 장례식이 참 많았었던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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