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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쥬쥬 Apr 29. 2024

2. 아침은 드레스 VS 엄마괴물

부제: 엄마와 아이의 전쟁 같은 등원준비

"엄마! 오늘은 이 옷을 입을 거야"


아침을 먹고 나면 씻고 변신 준비를 한다. 옷은 내 마법파워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너무 평범한 옷을 입으면 마법의 힘이 잘 안 생긴다. 최대한 화려하고 예쁜 옷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옷을 고를 때 엄마가 방해를 한다. 엄마가 왜 그러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저 아침밥을 먹으며 어떻게 엄마를 피할지 생각한다. 마침 엄마는 유치원 가방을 싸고 있고 난 아침을 다 먹은 참이다. 지금이 기회다 잽싸게 식탁의자에 내려와 옷방으로 들어간다. 옷장 문을 열어 옥장 속을 빠르게 훑어본다. 오늘 내 눈에 들어온 옷은 발목까지 길이의 진분홍 드레스이다. 이 드레스는 분홍색인 것뿐만 아니라 가슴 부분에 큰 보석이 세 개나 박혀 있고 치마는 여러 층의 레이스들로 풍성하여 마법의 힘을 높이기에 충분히 화려하다. 얼른 드레스를 꺼내 엄마에게 보여준다.


"안돼, 오늘은 체육복 입고 가는 날이야 얼른 갈아입어"


하윤이가 옷방으로 들어갔다. 분명 공주옷을 꺼내 올 것이다. 오늘은 체육복을 입는 날이라 다행이다. 하윤이가 골라오는 옷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치마 길이는 바닥을 끌정도로 길고 옆으로도 너무 커 혼자 화장실 가서 뒤처리를 할 수 없다. 저런 옷을 입고 가면 유치원에 민폐다. 매일 일어나는 상황이지만 익숙해지지 않는다. 나는 큰소리 없이 상황을 마무리할 방법을 고민한다.


"쥬쥬야 빨리 옷 갈아 입어"


큰일이다. 체육복은 예쁘지 않다. 내 마법파워를 높이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랍장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왕관 머리띄를 꺼내 쓴다. 이 왕관 머리 띄는 진분홍의 반짝이면서 반들거리는 리본끈을 접어 레이스가 장식되어 있고 레이스 위에 파란색, 노란색 보석들로 화려함을 내뿜는다.

왕관만으로는 칙칙한 체육복을 꾸미기엔 부족하다. 노란 종이를 꺼낸다. 그 위에 별모양을 그리고 자른 다음 뒤쪽은 빨간 하트를 그려 꾸민다.

"지금 뭐 하고 있어?"

그런 다음 지난번에 길 가다 받은 풍선을 찾는다. 풍선의 플라스틱 손잡이를 가위로 잘라 막대를 만든다. 막대 끝에 별모양 종이를 붙이면 마법 지팡이가 완성이다.


"쥬쥬야 빨리 옷 갈아 입어"


쥬쥬는 서랍을 뒤져 눈이 아플 정도로 화려한 왕관 머리띄를 쓴다.

'하~'

올라오는 화를 눌러 내리기 위에 한숨을 쉰다.

내 말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갑자기 종이를 꺼내 무언가 만들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상냥한 말투로 쥬쥬에게 말한다.

"지금 뭐 하고 있어?"

역시나 소용이 없다.

이번에는 좀 더 볼륨을 높이지만 과하게 소리치지 않도록 주의하며 말한다.

"쥬! 쥬!" 


"얍"


먼가 이상하다. 아까부터 어둠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의 모습이 흐려지며 흘러내리고 있다. 괴물화가 시작되었다. 괴물로 변하기 전해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괴물로 변해가는 엄마에게 마법지팡이를 휘둘러 본다.

"얍"

괴물화 진행이 너무 빨리 돼버렸다. 벌써 엄마는 없고 내 눈앞에 거대 검정슬라임 괴물이 나타났다. 슬라임 괴물이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른다. 다시 마법지팡이를 휘둘러 본다.


"쥬쥬! 아까부터 엄마가 체육복 입으라고 했잖아. 유치원 늦는다고 , 그리고 매일 그런 옷만 입으면... 주저리주저리"


쥬쥬가 나에게 다가와 만들고 있던 막대기로 내 머리를 때린다. 그 순간 이때까지 부여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끊긴다.

나는 마음속에 있던 말들을 쥬쥬에게 들이붓는다. 이건 대화가 아니다. 아이는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그냥 뒤끝이 씁쓸한 속풀이를 하고 있다.


"얍"


괴물은 더 크게 소리친다. 지금은 내복을 입고 있어 힘이 약한 것 같다. 엄마가 꺼내 놓은 체육복이라도 입는다. 그다음 마법 파워를 높이기 위해 최대한 우아하게 춤을 춘다. 다시 한번 마법 지팡이를 휘둘러 본다.


"그래 잘했어. 옷 다 입었으니 잠바 입고 나가자"


쥬쥬가 체육복을 갈아입었다. 매번 이렇게 큰소리가 나야 상황이 종료된다. 그 뒤로 이상한 춤을 추면서 막대기로 또 날 때렸지만 체육복을 입었으니 됐다. 여기서 더 길어지면 안 된다.


"네~"


엄마는 미소를 짓고 있다.

휴~드디어 원래의 엄마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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