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결핍 마주하기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도미노피자 라지사이즈 한 판을 먹어치우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렇게 먹고 나면 속이 편치 못한 탓에 다음 끼니를 거르게 되고, 오랜 공복은 또다시 폭식을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대표적인 스트레스 반응으로는 폭식 말고도 충동적인 쇼핑, 과도한 음주, 지나친 성욕 탐닉 등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무언가를 채우기 위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리는 편안함 또는 만족스러움을 잃었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원래의 완전했던 상태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되는데, 앞선 스트레스 반응들이 쉽고 빠르게 도파민을 폭발시켜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하지만 자연스럽긴 해도 바람직하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순간의 기분만을 환기시켜 줄 뿐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을 없애지 않는 한, 스트레스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다.
둘째, 쉽고 빠른 미봉책은 노력 대비 만족감이 큰 탓에 중독되기 쉽다. 심할 경우 스트레스가 없는 상황에서도 자극만을 원하게 되고, 금단현상으로 인해 새로운 스트레스의 굴레에 빠질 위험이 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방법은 무엇일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자기만의 결핍을 찾는 것이다. 여기서 '자기만의 결핍'이라 표현한 이유는 똑같은 상황에 있더라도 이를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국내 명문대학 학사과정을 졸업한 A와 B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A는 본인의 학력을 자랑스러워하며 자신감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한다. 반면 B는 해외대학에 대한 동경이나 석사, 박사 등 학위에 대한 미련에 매일 밤 공허한 마음을 술로 달랜다. 동일한 조건임에도 누군가는 만족을 느끼고 다른 누군가는 결핍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결핍은 개인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B가 결핍을 대하는 방법이 옳지 못한 것이지, 결핍을 느끼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학력에 대한 결핍을 자양분 삼아 해외유학 또는 학위과정에 도전할 수 있다면 이는 B에게 무엇보다도 강한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비단 학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외모를 가꾸기 위해 운동과 피부 관리에 힘쓰고, 보람 없는 직업을 바꾸기 위에 퇴근 후 새로운 분야를 탐색하고, 쪼들리는 살림을 타파하기 위해 경제 및 투자방법을 공부하는 것은 모두 자기만의 결핍을 찾았을 때 할 수 있는 행동들이다. 자신이 무엇에 결핍한 지 모른다면 그저 순간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폭식, 음주, 쇼핑, 성욕 탐닉 등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온 대사로 글을 맺으려 한다. 삼 남매 중 장녀 염기정(배우 이엘)이 늦은 밤 냉장고 앞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우두커니 서 있다. 지나가던 막내 염미정(배우 김지원)이 묻는다. 무엇을 하고 있냐고.
염미정 : 안 자고 뭐 해?
염기정 : 배가 고픈데 먹고 싶은 게 없어.
염미정 : 배고픈 게 아닐 거야.
우리는 결핍이 있을 때 일종의 허기를 느낀다. 하지만 무엇이 부족한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잘못된 방법으로 이를 채우려 할 수 있다. 모두가 자신만의 결핍을 마주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채워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