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어 2024년 상반기에 강의를 듣고 백지책에 그림책도 만들어 봤다. 유치원 아이를 둔 엄마들이 함께 해서 동질감도 있고 새로운 것을 접하다 보니 재미도 있었다. 우연히 동네 언니들과도 만나게 되어 식사도 하고 차도 마셨다. 일주일에 한 번 강의를 들었는데 10주 과정으로 끝이 났다. 내가 만든 백지책을 아이가 보고 우와 우와 하며 흥미롭게 본 경험은 아직도 신선한 느낌이다.
그 때의 만남을 기점으로 엄마들의 모임인 책동색동에 함께하여 매주 그림책을 읽고 감상을 나눈다. 책동색동은 책을 사랑하는 엄마들의 모임으로 색색깔의 생각을 나눈다는 뜻의 동호회 이름이다. 여름부터 시작해서 가을에 접어들게 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자율 모임이라 5명~12명까지 그날 그날 모이는 사람들이 다르다. 나는 육아휴직 중이라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하원까지는 시간에 쫓김이 없어 매주 나가곤 한다. 월요일 오전 열 시부터 열두 시까지 두 시간 만나는 모임은 두 시간이 넘는 것도 다반사다.
돌아가며 그림책 한 권을 정해서 발제를 준비하고 발제에 대한 이야기와 감상을 나누고 관련된 또 다른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두 시간이 구성된다.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또 다른 책으로 확장해서 사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돌아가며 설명해야 하기에 연결고리에 대한 것과 나의 사고에 대한 이유를 고민하게 된다. 책을 선정하는 것부터 발제까지 나의 시간을 투자해야 되지만 동호회장의 권유로 처음 책 소개와 발제를 맡아 준비하게 되었다.
내가 준비한 책은 남극으로 가는 지하철 이라는 책이었는데 아이가 한창 기차와 지하철을 좋아하던 5살 무렵 책을 구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책은 특이하게 발달장애를 가진 청년이 그린 그림에 다른 작가가 이야기를 붙여서 제작한 책으로 글쓴이와 그림작가, 기획자가 있는 책이다. 복지관에 다니는 청년의 그림을 유심히 보던 미술강사가 지인 작가에게 의뢰하여 탄생한 책으로 지하철을 좋아하는 청년의 그림과 따뜻한 이야기가 조화를 이룬다.
지하철을 타고 남극으로 가고 싶은 청년은 수유에서 지하철이 오길 기다린다. "남극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남극행 열차는 어떤 느낌일까. 작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이야기는 따뜻한 장면을 글로 공유한다. 한참을 달려 남극에 도착해서는 펭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엄마가 기다릴 거 같은 생각에 펭귄미소를 지어주겠다고 다짐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남극으로 가는 지하철 그림책에는 따뜻함이 있다. 기획 자체부터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시작됐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통상 그림책을 만들 때엔 글을 먼저 쓰고 그에 맞는 장면을 그린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림에 글을 맞춘 거라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따뜻한 그림책이 나왔다는 건 소통이 모두 잘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책동색동 동호회에서 그림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발제도 했는데 기억에 남는 지하철역과 그 이유, 탐험을 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어디일지 등 책을 읽으며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던 사항을 정리해 봤다. 같은 책을 읽고도 파생되는 생각들은 모두 달라서 듣는 재미가 있다.
아이를 낳으며 그림책을 여러 권 접했지만 그림책을 통해 이렇게 다양하게 생각해 보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건 생경한 일이다. 그리고 새로운 책을 접하며 생각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 그것도 또 다른 기쁨이다. 아이와도 이런 시간을 갖게 된다면 그것도 새로운 기쁨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