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가 나를 미워하나 봐요

by 자겸 청곡

보름 전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는 어릴 적 보름 풍속을 생각하며 작년에는 일찍 잠이 든 손녀의 눈썹에 물티슈를 붙여놓고 장난을 쳤는데 올해는 부럼을 깨고 오곡밥만을 먹고는 눈썹 붙이는 것을 깜빡 잊고 지났다.

손녀도 하얀 눈썹에 대한 기억이 없는지 보름날에는 별말 없이 지났는데 친구들과의 놀이와 이야기 중에 알게 된 것인지, 작년에 왔던 하얀 눈썹 생각이 났는지 보름 다음날에 '어제는 왜 도깨비가 오지 않았느냐'라고 물었다.


나도 어릴 적에 왜 잠을 자면 안 되는 것인지도 모른 채 보름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예진 다는 것만 알았기에 손녀에게 별 설명도 하지 않은 터라 자세히 설명을 해주려고 인터넷을 뒤져 설날 전에 새해를 의미 깊게 맞이하려는 세시풍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명도 있고 농경사회의 풍속에서 나온 보름 지키기 풍속이라는 것을 알게 되 아이 수준에 맞게 이야기하려니 쉽지가 않아서 앞뒤 이야기는 자르고 눈썹이 하얗게 되는 것은 도깨비가 나쁜 귀신을 물리쳐주고 축복을 주러 왔다 갔다는 표시라고 하자 왜 자기에게 오지 않았는지 '혹시 도깨비가 나를 미워해서 오지 않은 것일까요' 하면서 염려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오늘 밤에는 꼭 다녀갔으면 좋겠다기에


그러면 오늘은 일단 일찍 잠을 자자고 하고서는 다음날 손녀가 일어나기 전에 물티슈를 오려서 눈썹에 붙이고는 손녀를 깨우면서 어젯밤에 도깨비가 와서 축복을 주고 갔나 보다 눈썹이 하얘졌다면서 가늘게 자른 휴지를 보여주자 무척 기쁜 듯 '그러네 할머니도 도깨비가 축복 주고 갔느냐'라고 묻는다.

인제 2학년 올라가는데 아직 산타 할아버지도, 눈썹 하얗게 새는 도깨비를 믿는 마음이 귀엽다.

몇 살까지 이 맑고 순진한 동심이 갈지 모르지만 지금의 이 귀여운 모습 그대로 맑은 마음으로 자라면 좋겠다.


* 정월 대보름 풍속 < 다음 백과 발췌>

대보름상원, 上元,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 오기일, 烏忌日

한국의 전통 명절. 음력 1월 15일이며 상원(上元)이라고도 한다. 무형유산 정책이 전문 기·예능을 보유한 전승자 중심에서 온 국민이 함께 전승해 온 공동체의 생활관습으로 확대됨에 따라, 2023년 가족과 지역 공동체의 생활관습으로 향유·전승되어 온 명절인 대보름도 설날과 함께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음력 1월 15일은 대보름, 음력 1월 14일은 작은 보름으로 불린다. 농사력(農事曆)으로 볼 때 이 시기는 대보름에 이르기까지 걸립(乞粒)을 다니면서 마을 전체가 축제의 분위기에 휩싸이다가 농사철로 접어드는 때이며, 마을공동의 신격(神格)에 대한 대동의례·대동회의·대동놀이 등이 집중된 때이기도 하다.

<보름풍속 중>

-보름밤 지키기:정월 열나흗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 하여 잠을 자지 않는다. 자는 아이가 있으면 눈썹에 쌀가루나 밀가루를 발라놓는다.

-부럼 : 대보름날 저녁에 부럼을 깬다. 밤과 같은 견과류를 딱 소리가 크게 나도록 깨문다. 부럼을 깨면 1년 동안 부스럼이 나지 않고 치아가 튼튼해져서 건강한 한 해를 보낼 수 있다고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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