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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률 250:1, 나의 첫 직장은 중소기업


  나의 첫 직장은 중소기업이었지만 영업 직무보다 구매 직무가 좋았기에 어디서 일하든 중요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를 뽑아준 회사에 대한 감사함이 컸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잘해서 대표가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입사를 했다. 입사 후 팀에서 가장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했으며 주는 업무를 모두 받아내며 일하기 시작했다. 인사 잘하고 빠르게 적응하여 최고의 신입사원으로 인정받고 싶었다. 팀장님께서 가끔 내게 "넌 운이 정말 좋았어. 입사지원한 사람이 250명이 넘었는데 말이야."라고 하셨다. 입사 경쟁률이 250:1이라니 생각해 보면 학교에 있을 때 같은 학년에서 1등 정도 해야 되는 수준이 아닌가! 나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회사에 더 집중하고 열심히 일했다. 회식 때에는 주는 술을 모두 받아먹었는데 결국 다음 날 문제가 발생했다. 일어났는데 숙취가 너무 심해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었다. 휴대폰으로 손을 가져갈 기력도 없었고 오전 10시 정도 됐을 무렵 팀장님께 간신히 카톡을 보냈다. 팀장님은 쉬고 다음날 보자며 답장해 주셨고 스스로 조절을 하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다음 날 출근하자 팀장님은 평소처럼 나를 대해주셨고 나 또한 다시 열정적으로 일했다. 이후 회식 때에는 조절을 하여 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다. 그러던 중 1개월이 지나 팀장님이 공장으로 이동하게 되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공장에서 일하고 계셨던 팀장님이 몇 개월 후 회사에서 정리해고 되는 것을 보고 회사에 대한 열정이 조금 식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 팀 내 한 선배는 내게 업무를 계속 주려고 했다.



  타 부서에서 구매팀으로 온 과장님이 "네가 많은 업무를 하는 것 같은 데 선배들이랑 이야기해서 업무량을 조정해 보는 게 어때?"라고 하셨다. 나는 팀 내에서 여유가 있어 보이는 선배에게 정중히, 그리고 조심히 여쭤보았다. "선배님, 제가 지금 모든 업무를 소화하기 벅차서 그러는데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요?" 선배는 나를 잠깐 쳐다보더니 "아니, 나도 힘들어."라고 하며 나의 제안을 단칼에 끊어버렸다. 그 선배는 월 정산하는 마감 업무 때에 휴대폰을 쳐다보며 "네가 업무를 다 끝내야 집에 가지. 언제 끝나니?"라고 닦달했고 그 선배가 밉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정말 힘들어서 부탁한 건데 이를 단칼에 거절하고 닦달하는 1년 선배 때문에 퇴근길 버스에서 창 밖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시간이 지나도 업무는 그대로였으나 내가 미워하던 선배가 이직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선배는 이직에 성공했고 나는 그 선배와 같이 일하지 않게 되어 좋았다. 하지만 몇 달 후 다른 선배였던 내 사수마저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이 아닌가..! 사수 선배는 내가 구매업무를 하는 데 있어 많은 가르침을 준 매우 좋은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평생을 일한다면 사수 선배와 함께 하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떠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리고 새로 오셨던 팀장님도 정리해고가 되면서 나의 회사생활은 더욱 어두워져 갔다. 또한 나는 우수사원으로 임명되어 상을 받기로 되어있었으나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취소가 되었고, 대리로 진급을 해야 할 시기가 되었을 때도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진급이 누락되었다. 나는 회사생활에 대한 큰 흥미를 잃었고 내가 왜 일해야 하는지 동기부여를 찾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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