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우당탕탕 취업 도전기



  캐나다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만큼은 스스로 기대가 달랐다. 2월 귀국하여 대기업 공채가 뜨기를 기다리며 토익 학원을 다녔다. 토익 성적이 없던 터라 토익 학원을 다니면서 시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월이 되니 토익학원을 다니랴 신입 공채 자기소개서를 쓰랴 정신이 없었다. 이렇게 되면 둘 다 어설프게 될 것 같아 토익 시험을 먼저 보았다. 결과는 800점 후반대가 나왔다. 남들은 부러워할 점수 일수도 있겠지만 영어영문학과 전공에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6개월 다녀온 상황이라면 만족스럽지 못할 점수였다. 



  그리고 자기소개서 작성을 할 때 질문들을 보면서 내가 대학시절에 뭘 했을까 싶기도 했고 인턴이나 공모전에 한 번도 참여한 경험이 없어 자신감이 떨어졌다. 그나마 장교로 군대를 제대했기에 장교전형으로 입사지원을 했고 10군데 지원하면 1~2군데 정도 서류가 붙었다. 산업 및 직무에 대한 공부는 전혀 없이 장교전형으로만 지원을 했던 터라 매번 1차 면접에 가면 떨어지기 일쑤였다. 어느덧 대부분 회사들의 장교전형은 마무리가 되어갔고 일반전형으로는 서류통과조차 어려웠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해져만 갔다. 주위 친구들 중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도 있고, 동기들 대부분 취직을 한 상황이다 보니 스스로 위축되었다. 정말 친한 친구 외에 사람을 만나기가 싫었고 자신감 또한 많이 떨어져 갔다. '아무리 취업이 어려운 시기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나는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무렵, 서울의 한 재단에서 S그룹의 상무님이 강의를 한 적이 있었고 우연치 않은 기회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이때 '구매'직무를 접했다. 국내에는 '구매학과'가 없기에 준비를 잘하면 취업을 할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고 나는 상무님을 잘 따랐다. 상무님이 하시는 강의마다 참석했고 상무님이 운영하시는 취업스터디 모임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어떤 일이든 자신의 인성과 성품이 직무와 맞아야 하는데 나의 모습을 지켜보신 상무님은 영업 직무도, 구매 직무도 괜찮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상무님은 나의 인생멘토가 돼주셨다.



  하반기 공채가 시작되었고 대기업에는 영업직무를 중견 및 중소기업에는 구매직무를 지원하였다. 이번에는 전략을 짜서 원하는 회사 5군데 이내로 추려서 회사 한 곳 한 곳 진심을 다해 자기소개서를 썼다. 대기업을 포함해 5군데 중 2군데가 서류통과가 되었다. 대기업은 영업직무, 중소기업은 구매직무였다. 대기업 인적성검사를 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무렵 중소기업에서 구매직무에 최종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너무나도 간절했는데 나의 간절함을 중소기업 대표님과 임원분이 알아주신 것 같아 감사했다. 나의 머릿속에 S그룹 상무님과 함께한 시간들이 스쳐 지나갔고 보잘것없는 취업준비생인 내게 무상으로 매번 정성껏 지도를 해주신 게 너무나도 감사했다. 나는 정성껏 편지를 써서 상무님께 드렸다. 그리고 나의 첫 직장생활은 중소기업 구매직무로 시작하게 되었다. (서류합격한 대기업은 인적성검사에서 탈락하게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