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하늘에 기분 좋은 바람이 선선히 불고 있다. 26살의 나는 장교로 군생활을 마치고 어느 시절보다 자신감이 충만해있었다.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는 지원한다고 무조건 되는 게 아니라 랜덤으로 선발되기 때문에 운이 필요했다. 군대에 있을 때 지원했었는데 전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에 갈 수 있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 해 9월 망설임 없이 캐나다로 향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과를 전공했으나 외국인과 대화한 경험도 별로 없고 국내에서 영어공부만 했기에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필요가 있었다.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 도착했고 공항 밖을 나섰을 때 맑은 하늘과 상쾌한 공기가 나를 감쌌다. 가이드가 친절히 홈스테이를 할 집으로 나를 안내해 주었고 집에 도착하자 필리핀계의 맑은 미소를 지닌 중년 여성이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인사를 마치고 내가 머물 방에 들어가 짐을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짐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이제 시작이구나. 잘해보자.' 시차적응을 해야 했기에 침대에서 일어나 운동화를 신고 동네를 둘러보았다. 한국의 9월보다 날씨가 제법 쌀쌀했지만 캐나다에 왔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 3시간가량 동네를 구경했다. 근처 마트도 가보고, 공원도 가보고, 식당 앞에 서서 메뉴도 읽어보았다.
날이 조금씩 어두워지자 집으로 들어갔고 밀린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차적응이 처음이었던 나는 새벽 5시에 눈이 떠졌다. 새벽 6시경 필리핀계의 집주인이 아침 준비를 하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나는 문을 열고 나가 "굿모닝"이라며 인사했다. 아침 식사는 토스트와 잼, 우유, 계란프라이 등이 구비되어 있었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먹고 아침 운동도 할 겸 동네를 산책했다. 공기가 정말 맑았고, 내 안의 모든 것들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 근처 공원에 가서 조깅도 하고 집에 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후 노트북을 열었다. 인터넷에서 밴쿠버 구인광고를 읽어보다가 한국식품회사에서 'Warehouse distribution manager'를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창고에서 매너저 역할을 한다는데 뭔가 좀 있어 보이는데?' 생각하며 2~3일 정성스레 이력서를 써서 제출했다.
얼마 후 한국식품회사로부터 면접을 보러 오라는 메일을 받았다. 캐나다에 와서 첫 이력서를 썼는데 서류통과가 된 것이었다. 나는 영어를 잘하지 않았기에 영어면접 예상질문과 답변을 며칠 동안 외우기 시작했다. 면접 당일 최대한 깔끔하게 입고 면접장을 갔다. 한국인으로 보이는 2명이 앉아있었고, 영어면접을 예상했지만 한국어로 면접을 진행했고 당일 합격 소식을 들었다. 26살의 청년인 내게 두려움은 없었고 자신감으로 더욱 가득 차있었다. 그리고 첫 출근을 시작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