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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번의밤 Jun 09. 2024

운행에 대한 인간만큼의 역행

간헐적 운문

머무는 것처럼 보이지만

돌아가고 있잖아

보오오오옴여어어어름

기름칠을 하지 않아 삐걱대는 소리


귓가에 드리운 것은

바퀴 없이도 움직이는 시간

가늠할 수 없는 용량의 배터리를

코스모스라 치고 일단     


달리는 기차를 따라가면

어떤 창문에는 그리운 얼굴이 있겠지

달음질 끝에 방점처럼 찍히는

잠깐의 마주침을 인연이라 불러볼까

이내 멀어지는 속도는

추억과 미련에 관심이 없다      


폐지 같은 기억을 정리하고 싶어서

남겨진 골목을 둘러보지만

여기서 한 번 무너졌구나

저기서 한 번 울었겠구나

내리꽂힌 전봇대마다

역행의 실마리만 가득하다

나는 너를 잊을 수 있을까     


하늘에서 나타난 미확인 비행물체보다

더 기가 막힌 걸 타고 있어

여기서 나가는 방법을 물으면

애초에 들어온 적 없다 하겠지

달력 넘어가는 소리처럼 새들이 운다     


지금은 아무것도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티켓도 없이 질질 끌려가는 중

때마침 비가 온다는데 

약간의 지분으로

나도 가는 거겠지 빗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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