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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루비 Jun 15. 2024

속을 히뜩 디비놓고는...

말 쫌 해바라. 쫌!!

고분고분하게 부모의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오히려 병원에 데려가 봐야 한다. 그건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자녀의 성공은 스트레스와 회복이 반복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올해 초 지인으로부터 중학생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에 대한 상담을 요청받은 일이 있다. 고등학교 내신을 따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학교를 진학하기보다 30분 정도 떨어진 시외에 있는 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어떨지를 물어왔다. 아이는 중학교에서 상위 2% 이내의 성적을 3년 내 유지했고 의대를 진학하겠다는 목표와 동기도 분명한 친구였다. 나는 부모와 아이 간에 이견이 없다는 전제하에 긍정적인 선택이 될 것이라 답을 전했다. 부모의 등살에 떠밀려 아무 생각 없이 친구도 연고도 없는 학교에 방치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아이의 동의와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침저녁으로 30~40분 정도의 거리를 통학시키느라 너무 힘들지만 아이도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을 잘 보내고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얼마 전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아이가 갑자기 자퇴를 시켜달라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엄마에게도 아빠에게도 아무 말 없이 자기는 자퇴 후 수능으로 의대를 진학하고 싶다고, 이제 학교를 가기 싫다고 돌연 선언한 뒤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시위 중이라고 했다. 이유를 물었지만 학교 담임 선생님도 당황스러울 만큼 학폭, 왕따 등 학교생활과 관련해서는 어떤 조짐도 없었기에 더욱 답답하다고 했다. 

"내 새끼지만 진짜 속을 모르겠어요. 부모 속을 히뜩 디비 놓고는 속도 편하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일한 상황이라도 주어진 조건에 따라 스트레스를 느낄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매운 고추에 많이 들어 있는 캡사이신, 카레의 설파민, 브로컬리의 설포라판은 오히려 나쁜 세포의 활성산소를 축적시킨다. 그러면 우리 몸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방어력기제를 가동시킨다. 식물활성영양소인 과일과 야채 또한 산화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시켜서 세포보호 메커니즘을 작동시켜 암을 예방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스트레스를 일으켜 암을 예방하는 것이다. 쇠가 담금질을 많이 받아야 더욱 단단해지듯이 '좋은' 스트레스에 단련될수록 더욱 건강해진다.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항상 듣는 말이 '자녀교육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과, '왜 내 자식인데 내 말을 잘 안 들을까?' 하는 말이다. 사춘기 아이들은 원래 반항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호르몬의 영향 때문에 스스로도 본인의 감정과 정서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다. 따라서 너무 고분고분한 게 오히려 비정상이라고 이해하면 마음이 편하다. 

예를 들어 하루 5 백통의 텔레마케팅을 하는 사람에게 3 백통의 전화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하루 1백 통을 하는 마케터의 경우에는 엄청난 부담을 주는 스트레스인 것처럼, 스트레스는 발생한 상황을 이해하느냐에 달린 문제이다. 따라서 자녀와 마찰이 있을 때는 큰 산불을 예방하려고 지금 작은 불을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실제로 작은 산불이 여러 번 나면 큰 산불이 나지 않는다.)

알레르기라는 것이 세포가 음식이나 유익한 물질을 독성물질로 잘못 해석할 때 발생하는 반응인 것처럼, 어떤 긴장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이끌어내면 그야말로 독약이 된다. 그러니 어떻게 보면 스트레스가 약이다. 


학교를 자퇴하겠다고 땡깡부리고 시위했던 녀석은 후에 친구와의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만만하게 보고 내신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기대한 만큼 등급이 나오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학교가 만만했던 녀석은 스스로 견디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지 않을까? 

부모 속을 히뜩 디비가며 스스로도 작은 불을 지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앞으로도 종종 부모 가슴에 스스로의 마음에 방화를 저지를지도 모를 녀석에게 

'이겨내라 이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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