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재 이진주 Mar 19. 2024

내마음을 다독이는 트레킹코스

함께 걷는 길

산길을 따라 걷기 좋은 트레킹은 등산이나 여행과는 다른 힐링이기도 하다. 

트레킹이란 “함께 걷는 길”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함께 걷는다는 것은 마음을 여는 것이고 이해관계가 아닌 서로에게 관대하고 더 넓게 마음을 다독이는 사람이 되어 함께 또는 홀로 길을 걷는 것일 것이다.

때론 혼자서 걷는 것도 나름의 재미는 있어서 트레킹은 쉼과 위로를 의미하기도 한다. 주변의 소소한 사물들을 촘촘하게 느끼며 걸을 수 있기 때문에 트레킹은 등산에 비해 좋다. 살기 좋은 전주에는 다양한 트레킹코스가 있다.

전주를 동북으로 두르며 어머니 품 같은 모악산은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최고의 힐링 코스를 내어 놓고 있다. 

“오늘은 어디로 가요?”아내가 늘 그렇듯이 아무렇게나 묻는다. 항상 토요일 아침이면 모악산에 가는 줄 알면서도 그렇다.

“응, 황방산.”그러자 아내가 다시 묻는다.“왜? 요즘은 모악산 안 가요?”“장로님이랑 박 지점장이랑은 안 간대요?”아내는 언제나 같이 다니는 줄로 안다. 한동안 그랬으니 그러는 줄 지레짐작하고 있다. 한참 꾸물대고 있다가 대꾸 대신 나는“오미자나 한 병 담아주세요.”한다.

그랬다. 얼마 전부터는 중인리에서 오르는 모악산 길을 트래킹코스를 걷고 있다. 

약 2시간 반에서 해찰 부리면 3시간 정도 소요되는 그리 힘들지 않는 코스로 선정해서 걷는다. 그늘집 숲길은 사계절 다른 모습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 주고 반겨주는 지루하지 않는 코스이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모악산은 두 팔을 딱 벌려 전주와 완주를 듬직하게 품어주고 김제와 정읍까지 이어 잡고 있는 형국이니 이 산을 트레킹 하는 것은 내가 여기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광주에 사는 친구를 초청해서 전주 중인리 코스를 택해서, 때론 구이 코스를 통해서 정상까지 오르곤 한다. 정상에 오르는 이유는 전주를 한눈에 보여주고 서해로 뻗어 나가는 새만금의 비전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 광주에 무등산이 있다면 전주에는 모악산이 있다고 자랑하면 그 친구도 감히 모악산의 위상을 물리치지는 않는다. 이렇게 특별한 모악산은 전주시민은 물론 인근 전북도민이라면 거의 안 가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늘 다니던 이 코스를 마다하고 웬 황방산이냐고요? 건지산, 완산칠봉, 기린봉은 마다하고 황방산을 선택한 이유는 집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전주의 구도심과 혁신도시를 번갈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혼자서 걷기 좋은 트래킹코스로 황방산을 택하게 되었다. 전에도 가끔씩 혼자일 때 다니던 곳이라 낯설지는 않지만 홀로 걷는 황방산은 나름 이야깃거리가 많고 운동도 제법 되는 곳이다. 산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산이라 하지 않고 언덕 정도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알맞은 트래킹코스이다.

시간이 날때는 황방산(黃尨山)을 나 홀로 트래킹을 하곤 한다. 전주를 동북으로 가로막아 외풍을 막아주는 모악산이 있다면 남서로 악운을 막아주는 산이 있으니 작지만 영험한 황방산이다.

황방산은 배낭대신 작은 크로스백 하나면 된다. 핸드폰과 고글, 그리고 오미자 한 병이면 좋다. 황방산(높이 217m)은 서쪽에 위치한 나지막한 산으로 어린아이부터 나이 드신 어르신까지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트래킹 하기에는 최고라 생각한다. 조금 오르면 납암정(納岩亭)과 고인돌을 만나는데 청동기 시대의 유물인 고인돌이 상당히 양호한 형태로 보존되어 있다.

고인돌 위의 여러 개의 원형 구멍들이 있는데 민간에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들 낳기를 원하는 부녀자들이 영험 있는 돌을 갈아서 그 가루를 마시면 아들을 낳는다는 말이 있다. 납암정에서 내려다보면 오른쪽으로 밑으로는 전주제지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숨 가쁘게 뿜어져 올라온다. 납암정을 뒤로 하고 또 하나의 오르막을 올라 97개의 계단을 올라서면 황방산(黃榜山) 우암(牛岩)과 여의송계기념비(如意松契紀念碑)를 만난다. 

우암은 소 모양을 한 고인돌을 말하며, 고인돌 위에는 여의송계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여의송계기념비는 1932년(<壬申年>에 세워졌으며 송계(松契)는 ‘소나무 숲을 보호하기 위한 계’라고 한다.

황방산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읽으며 곳곳에 산재되어있는 고인돌 무덤을 본다. 이 산은 서남쪽으로 일원사를 아래로 공동묘지를 안고 있기도 해서 사후명당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상에 오르다 보면 시비가 하나 있어서 관심 있게 보았다. 

교회지붕위에 비둘기가 졸고 있는데

당신들은 떨어질까 걱정되지 않나요?

세상에 고민 많은 고3학생들

정신없이 멍한데 보이지 않나요?

(“꿈꿀 수 없는 세상이 싫어요”중에서 가수 정태춘 박은옥 노래)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글을 검은 대리석에 새겨 세워놓았다. 

완주군 이서의 혁신도시와 김제로 이어져 넓은 평야는 황방산 정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경관이다. 일원사를 앞두고 산성정에 앉아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2㎞가 조금 넘는 산길과 황방산 산성정(山城亭)에서 조망한 전주대학교 주변 시가지도 온통 푸르렀다. 홀로 걷는 황방산도 나름 숲속으로만 걷기에 금산사 모악산 둘레길 못지 않은 이야깃거리나 재미있는 풍경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지금은 코로나로 함께 걷는 이가 없지만 좋은 트레킹코스를 만나면 다시 함께 걸을 날을 기대해본다. 그러나 혼자라면 자주 이 길을 걷게 될 것 같다. 오늘도 신발에 먼지를 털고 집에서 가까운 황방산에서 내 마음을 다독이는 트래킹을 마무리하였다. 

아름다운 전주 근교에서 함께 걸을 수 있는 동행자와 회복과 힐링을 담는 새로운 트래킹코스를 기대하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소중하단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