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향기 어머니를 그리며" -46-

'삼우제 제삿밥을 차리며 정성이 부족하여한 큰 실수/잘 모르면 알아보자'

by 추재현

12월 14일 일요일 온 세상이 하얗게 눈으로 덮였다.

어제 '삼우제'제삿날 어머니께 죄송했다.

살아생전에도 제대로 모시지 못했는데 세 남자들이

차리는 첫 제삿밥에 덜 익은 생고기를 올리다니

삼우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음식을 하느라 그랬다. 하지만 조금 더 신경을 썼더라면 잘 익은 수육을

올릴 수 있었을 텐데란 미련이 자꾸만 든다.


점심 준비시간에 아버지께서 머리이발 해달라 하셔서 화장실 바닥에 비닐을 깔고 두 번째 두 개의 가위와 빗 그리고 이발기로 아버지 머리카락을 짧게 쳐드렸다.


첫 번째 에는 어머니께서 화장실 바깥의자에 앉자

어떻게 해야 한다고 가르쳐 주셨는데 물어볼 수 없다는

사실에 속에서 자꾸 눈물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긴 더벅머리가 된 내 머리는 전신거울을 보며 빗을 쓰지 않고 안보인 데는 느낌으로 거침없이 뒷머리 옆머리는 일반날 가위로, 앞머리는 이빨이 있어 사이사이 잘라주는 전용가위로 사선으로 자연스럽게

치고 마무리는 이발기에 앞부속을 달아 거친 부분을

부드럽게 다듬어 주었다.


제대로 내 머리를 혼자 쳐본 건 처음인데 미용실이나

어머니께서 해주신 것보다 온전히 내 힘으로 했다는

경험에 좀 어색한 머리여도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문득문득 어머니 생각이 날 때면 자꾸 말없이 눈물이 흐르고 어머니와 친분이 있으신 분의 전화나 만나면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슬퍼진다.


지인분이 3년은 갈 거라고 했는데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 세상에서 사는 하루하루가 괴롭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눈물 콧물이 멈추지 않고

호흡도 떨린다.


살아생전 좀 잘했더라면 살아계셨을 텐데 하는 후회를 자꾸 한다.


국민연금, 보험, 휴대폰 해지, 빚 재산파악, 어머니께서 쓰시던 물품들.. 당장 정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동생이 어려운 서류적인 절차를 맡아서 해나가고 있다.


풀천지 곳곳에 어머니 흔적이 남아있다.

된장ㆍ간장은 우리 먹을 것 간신히 남아있어

살아생전까지 빨리 만들어야 한다 재촉하시던 어머니


냉동실 냉장실에는 남은 가족들을 생각하여

각종 먹거리들 병어, 갈치, 오징어, 굴비, 전복,

버버리 찰떡 5종, 배, 절편, 가래떡, 떡볶이떡..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죽음을 예감하시고 미리미리 남게 될 세 남자들이 걱정되어 앞으로 잘 살아가라고 곳곳에 배려를 해두셨다.


장례식 기간 중 집안에 수건들이 똑 떨어져 갔다.

탈상제가 끝이 나고 집으로 돌아와

잔뜩 쌓인 빨래를 돌리며 닦을 수건이 없는데 어떡하지

고민하다 생각이 났다.


이 주일 전쯤 수건을 오래 쓰다 보니 해지고 떨어진 것들은 걸레로 자꾸 빠져 줄어가니 어머니께서

나를 시켜 새 수건들을 잔뜩 찾아다 빨아서 보기 좋게 개 놓고 비닐로 밀봉해 두었다가 집안에 수건이 떨어지면 갖다 쓰라 하셨던 일


삼우제 지낼 때도 제사상에 올려야 하는 음식들도

어머니께서 미리 준비하셨던 게 많았다.


전라도인이라면 빠지지 않는 '홍어' , 제사떡은

안동버버리찰떡 냉동시킨 5종 중 팥 2가지 빼고

콩고물과 흰ㆍ흑찰떡을 올렸다.


찹쌀, 서리태 뻥튀기, 튀밥강정도 해두라 하셨던 거

동생이 삼우제장과 어머니 사망신고 하며 해야 할 서류일보며 해왔다.


33만 원? 들여 스테인리스 제기를 장만해 왔는데

요즘 거의 이걸로 한다 하였다.

익숙한 목재제기만 떠올렸는데 스테인리스라 부담 없이 씻고 관리하기가 좋겠다.


건강하실 때 송이 시작되는 초입은 어머니 아지트라 부르며 버섯 따서 먹는 향긋한 경험과 돈이 되는 재미를 좋아하셨다.


그래서 송이산 시작되기 전 어머니 유골을 한지째 묻고 위패에 들어있던 광산김 씨 쓰인 혼백과 절차상 같이 태울 때 마지막을 배웅해 주신 분들을 염려하셨나 보다.


어머니께서 미리 비를 내려주시고 날씨도 맑은 날로 바꾸어 주셔서 혹시 모를 산불과 야외에서 하는 장례절차를 잘 치를 수 있었다.


그때 찍어둔 삼우제와 해년마다 제사에 쓰일 위패에 모시는 서문을 동생이 붓펜을 사 와 보며 악필을 집중하여 그런대로 보기 좋게 써놨다.


이런저런 일 하다 보니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다.

어머니 심장병투병생활 심장약을 드신 3년 중 2년을 어디 나가거나 포장외식을 하면 '영주바보형제 주꾸미세트'를 사달라 하셨다.


묵사발에 콩나물 무생채 덜 메운 빨간 주꾸미에 고르곤졸라피자 추가로 시킨 갈비만두까지 어머니를

추억하며 늦은 점심 동생이 사 온 걸 꺼내먹으며 그때를

추억하며 어머니 앉으시던 의자를 지그시 봤다.


웬 무당벌레가 앉아있었다.

어머니 자리에 수저와 밥 ㆍ국그릇을 망자를 위해

산자와 반대로 두기로 했지만 삼우제 때 오시는

어머니 혼령이 아닐까란 예감이 들었다.


삼우제 상을 제기설명서 나온 대로 차려 술을 세 번 나누어 따라드리고 절을 여러 번 하며 어머니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드렸다.


중간에 어머니 편히 드실 수 있게 나왔다가 다시 들어왔다. 초와 향을 꺼 제사일정을 마치고 음복할 때도 무당벌레는 의자에 앉자 있어 어머니 대하듯 했다.


어머니께서 아프시고 나서는 저녁을 일찍 드시는 걸 원하셨는데 그 시간대에 나타나 제사상이 늦어지니

의자를 돌아다녀 혹 날아가지 않을까 서둘렀었다.


무당벌레 덕분에 세 남자들은 '앞으로 정신 차리고

제대로 살겠다.'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말로표현하지

못할 헛헛한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


요즘은 어머니 자리를 구글 AI에게 물어보곤 한다.

모르는 걸 친절히 가르쳐 주긴 하지만

세월의 지혜로 따스히 가르쳐 주시던 어머니와

비교가 안된다.


어제 눈은 밤늦게 위험하니 산으로 올라와 보러 오지

말고 내일 밝을 때 천천히 오라는 어머니의 배려였을까? 펑펑 눈물콧물이 떨어지는 지금

사무치게 어머니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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