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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샘 Sep 04. 2024

하늘에 보내는 편지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하늘에 계신 부모님께

  아버지 어머니 계신 그 곳은 평안하신가요? 퇴근길 파란하늘 사이로 흰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하늘색 비행기가 높이 날아갑니다. 그 비행기를 타고 부모님 계신 그 곳에 다녀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하늘을 보고 있으니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음력 7월 25일 합동제사가 있는 날, 오늘인데 멀다는 핑계, 일한다는 핑게로 찾아뵙지 못하고 이렇게 짧은 글로 그리움을 대신해 봅니다.


' 한 부모 열자식을 거느려도 열 자식은 한부모 못 모신다' 라는 옛말처럼 부모님을 너무 일찍 봰드렸고 어찌할 수 없었던 우리들의 마음은 늘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정정하게 계셨다면 부모님 얼굴 뵙고 경치 좋은 식당에 가서 맛있는 거솓 사드리고 싶습니다. 봄에는 살랑살랑한 부드러운 재질의 옷을 사드리고 흐트러지게 피어있는 벚꽃구경도 여유롭게 해드리고 여름이면 까슬한 모시옷 입고 바닷가나 계곡에 가서 물에 발도 담그고 활짝 웃는 모습도 보고 싶어요. 가을겨울은 따뜻하게 입을 수 있는 두툼한 점퍼도 사드리고 따끈한 온천에 모시고 가서 말끔히 목욕해드리고 보양식도 대접하고 싶은데 그 어디에도 아버지 어머니는 계시지가 않네요.


  함께 모이지 못하는 기일, 가까이 사는 큰오빠, 작은오빠가 벌초하고 간단히 산소에 제사모시는 사진을 단톡방에 올려주어 마음은 함께 했었습니다. 지난 여름 발목에 금이 가 목발을 짚고도 부모님 기일이 주말이라 산소에 가서 뵈었는데 올해는 평일이라 찾아뵙지 못함을 너그러이 용서해주세요. 기일이 여름이라 한참 일하고 계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육남매는 성실하던 부모님을 닮아 각자의 자리에서 몫을 다하고 있답니다. 봄이면 소 등에 쟁기메서 "이랴, 이랴"하며 밭고랑 만들어 곡식 심을 자리 만들었더 아버지, 갈아놓은 고랑마다 호미들고 씨앗 심어 흙으로 덮어주던 어머니.


  한 여름 구슬땀을 뚝뚝 흘리며 옷은 땀에 젖어도 바지게에 가득담긴 소 풀을 한 짐지고 작대기를 옆으로 들고 헛기침 하며 마당으로 들어설 것 같은 아버지의 지게를 짊어지신 모습, 흘린 땀을 식혀줄 막걸리 한 잔을 벌컥벌컥 안주도 없이 들이키시던 아버지, 얿는 살림에도 자식들 먹이려고 담장넝쿨에 달린 애호박 따서 숭숭 썰고 호박잎과 함께 넣고 된장 풀고 간간하게 끓여주시던 구수한 어머님의 된장국 냄새가 온 집안가득 풍겨 침을 꼴깍이며 기다리던 우리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셨던 어머님, 길가의 후성귀 한 가닥도 엄마의 손길을 거치면 조물조물 맛있는 반찬이 되었던 걸 왜 이제 알아갈까요?


  일곱살의 나이차이로 아버지는 늘 엄마의 하늘이었고 기둥이었어요. 아버지는 둘재 아들로 엄마는 막내딸로 늘 아이처럼 응석부리던 엄마를 말없이 든든히 지켜주셨던 분, 그 시절 아궁이에 불도 때주시고 어질러진 부엌바닥도 말끔히 치워주셨지요.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병이나서 돌아가시고 마음여린 엄마는 의지할 하늘이자 기둥이 무너져씅니 태산이 무너진 것처럼 몸도 마음도 약해지셨어요. 우리들에게도 하늘이었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우왕좌왕 갈 길으 잃은 배처럼 슬픔에 쌓였어요.


  늘 함께였던 시골집에 엄마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음이 늘 마음이 쓰였고 밥솥에 밥을 하고도 가스불을 켜 놓고도 깜박 잊어버리는 엄마 때문에 늘 안절부절, 육남매는 모여서 앞으로의 방향을 의논했고 어느 자식하나 엄마를 모시기에는 각자의 형편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선태긍로 보성에 있는 요양원에 모시는 날 딸들은 눈물로 엄마를 입원시켰고 가끔 찾아가는 방법밖에는 없었답니다. "나 집에 가고 싶다" 딸들의 방문에 늘 하신 첫마디, "엄마 나 누구야?" 우리를 알아보는 지 늘 물어보았던말


  그렇게 홀로 지낸 엄마는 아버지가 계신 하늘로 훨훨 날아갔어요. 점점 기억을 잏어가는 엄마의 귀에 대고 딸로서 할수 있는 말 "엄마 이젠 그만 아버지 곁으로 가세요"라고 아버지 어머니가 떠나신 지 어느 새 이십여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또렷하게 기억하는 가족의로서의 추억, 인자했던 아버지의 동그란 얼굴, 솜씨좋고 일 잘했던 엄마를 닮아 열심히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 여섯명의 자식들, 매년 봄 함께 모여 밥도 같이 먹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부모님을 추억합니다. 다같이 산을 좋아하고 걷는 것을 좋아하고 딸들은 엄마를 닮아 음식을 잘하고 나의 아버지 어머니여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8월 28일 부모님 제삿날 넷째딸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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