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맑은샘 Sep 20. 2024

식혜

소중한 선물

우리나라전통음료의하나엿기름을우린웃물에쌀밥을 말아 독에 넣어 더운 방에 식히면 밥알이 뜨는데, 거기에 설탕을 넣고 끓여 차게 식혀 먹는다. 요즘에는 전기밥솥을 이용해 밥알을 식히기도 한다.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코로나가 잠잠해 질 무렵이었다. 노인인력센터에 보육도우미를 요청했던 터라 배치되었다는 전화가 참 반가웠다. 나이가 있으신데 괜찮냐는 물음에 선뜻 대답할 수 없었지만 방문을 부탁드렸다.

 현관이 초인종이 울려 나가보니 그녀가 서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와 보건증을 확인하고 아이들과 함께 할 업무를 말씀드렸다.


  그녀는 대구에서 살았는데 남편이 돌아가시고 혼자서 지냈다고 했다. 코로나가 극심한 2020년 손주들이 초등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 많아 맞벌이인 자녀들을 도와주기 위해 인천에 오게 되었고 아이들이 학교를 가게 되면서 집에서 할 일이 없고 무료하던 차에 보육도우미 교육을 받고 지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글허게 그녀와 하루하루 일상이 진행되었다.


  하루 세 시간 근무지만 거리가 멀어도 그녀는 버스를 타고 하루도 빠짐엇이 10시에 출근해서 오후 1시까지 아이들으  아낌없이 예뻐해 주었다. 나이가 있어서 일어나기 힘들어도 떼쓰는 아기, 보채는 아기를 마다하지 않고 사랑으로 보듬어 주었다. 그런 그녀를 아기들도 참 좋아했다. 잘 먹지 않는 아기 분유먹이기, 트림시키기, 어른으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교사들도 그녀를 좋아햇다.


  그녀는 평생을 돈 걱정은 하지 않고 살았고 남편을 위해 헌신했던 주부였다. 어디서나 앞장서서 봉사활동을 하고 불우한 이웃이 있으면 아낌없이 도와주는 그런 삶을 살았다고 햇다. 자녀들도 잘 키워서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자신이 삶에 만족하는 노년의 삶을 보내는 것에 자긍심을 갖고 있었다. 함께 근무하면서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무엇이든 도와주려 애쓰는 그녀였다.


  추석무렵 그녀가 나를 부렀다. "외요, 어르신" 메고 온 가방에서 꺼낸것은 서울우유 2리터 병ㅇ; 들어있는 식혜였다. "내가 줄것은 없고 이거 원장님 드셔봐요" 순간 너무 감사해서 왈칵 눈물이 날 뻔했다. 누군가 날 위해 정성드린 음식을 주다니, 만드는 과정을 알고 있기에 더 간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의 식혜에서는 약간의 계피맛과 함께 색이 조금 진하고 아주 숙성이 잘된 맛이 났다. 그런 그녀에게서 잠시 엄마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엄마는 명절 전이면 식혜를 만들기 위해 분주했다.먼저 보리를 물에 불려 싹을 튀운 후 덕석을 펴 놓고 싹틔운 보리를 잘 말려서 엿기름을 만들었다. 잘 말린 엿기름은 명절 때마다 보관했다가 식혜를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 엿기름을 물에 잘 불려 놓았다가 윗물과 아랫물을 분리해서 잠시 두면 찌꺼기가 가라앉고 맑은 물이 된다. 식혜는 윗물만 사용했다.


  가마솥에 흰 쌀밥을 해 놓고 가라앉힌 윗물을 넣고 은근히 두면, 밤새 밥알이 동동 뜨면서 삭혀진다. 중간중간 일어나서 불을 살짝 데워 온도를 유지하느라 엄마는 밥 새 부엌을 들락거려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아침이 되고 하얀 밥알이 둥둥 떠 이씅면 다시 불을 때서 식혜가 조금 줄어들 때까지 끓였다. 넘치지 않게 불 조절을 하는 것은 아버지가 할일이었다. 마지막에 설탕을 넣고 식히면 식혜가 완성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식혜는 차례상에 올리고 독에 담아두면 우리들 차지였다.


  그래서인지 명절이 되면 차례를 지내는 것도 아닌데 나 또한 식혜르  하게 된다. 엄마가 하던 방식보다는 조금 더 편리해진 방법으로 만들게 된다. 수펴에서 사 온 엿기름을 물에 불려 놓는다. 어느 정도 물에 불은 후 물을 섞어 주무르면 하얀 쌀뜨물 같은 물이 생긴다. 찌꺼기는 버리고 물을 놓아두면 앙금은 가라앉고 맑은 윗물만 사용한다. 가라앉은 앙금은 버린다.


  전기밥솥에 하얀 쌀밥을 해 놓고 윗물을 부어 보온으로 두고 8시간 후 정확하게 흰 쌀밥알이 동동 떠 있다. 코드를 빼고 넓은 곸솥에 식혜를 옮겨서 부어 끓여주면 완성된다. 펄펄 끓을 때 불을 조금 줄여주어 농도가 맞을 때까지 중불로 끓여준다. 물로  설탕도 넣어야한다. 남편과 큰아들은 식혜를 좋아한다. 식힌 식혜를 냉장고에 넣고 시원하게 해서 두면 수시로 컵에 따라 마신다. 올 추석은 할머니가 주시  식혜 한통으로 감사하게 먹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그리운 이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