땔감구하기
금요일 밤 고속도로를 달려 깜깜한 집에 도착하면 마당에 서 보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쏟아질 듯 가까이 빛나고 있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마당에 앉아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그래, 이거면 됐지' 일주일 복잡했던 도시생활이 복잡한 마음이 정리된다. 벽난로에 불을 붙이고 나무를 넣으면 타닥타닥 불타는 소리와 매캐한 연기냄새까지도 참 좋은 밤이다.
벽난로가 뜨거워지면 난로위헤 호일을 깔고 그 위에 고구마를 잘라서 올리면 금방 구워진다. 남편은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며 한 주간의 마음을 정리하며 고요한 시골밤의 정취를 느낀다. 산 속에 위치한 집이라 밤이되면 적막한 고요가 주변을 감싼다. 들리는 것은 멀리서 간간히 들리는 시고르브잡종의 멍멍 짖는 소리와 먹이를 찾아 내려온 고라니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밤이다. 그 밤의 고요는 쉼을 부른다.
잘 자고 일어난다. 비치는 불빛도 없고 깜깜하니 잘 자게 된다. 이른 아침 창밖에 들리는 새소리에 눈을 뜨면 하얗게 내린 서리가 마당을 덮고 있어 5월까지도 쌀쌀하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밤새 타다 꺼진 벽난로에 불을 붙이고 훈훈한 거실에서 창밖에 알알이 맺힌 이슬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가 또 시작된다는 기대감이 증폭된다. 아침 산책길 고남저수지까지 부지런히 걸어가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잠시 몸과 마음의 쉼을 갖는다.
고남저수지를 한 바퀴 돌아 오는 길 가에 냉이를 한 줌 캐서 깨끗이 씻어 반은 된장 넣고 냉잇국을 끓이고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참기름, 된장, 넣고 조물조물 무쳐서 툇마루에 앉아 햇살 받으며 마주 앉은 그대와 아침을 먹는다. 천천히 하늘과 바람을 느끼며 아침을 먹고 난 후 장화를 신고 남편과 함께 나무를 하러 간다.
뒤뜰을 지나면 바로 산으로 이어져 있어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으로 쓰러진 나무를 톱으로 베어 가지고 집으로 끌고 온다. 주로 참나무와 소나무가 쓰러져 있는 것을 가져와 전기톱으로 화목난로에 들어갈 크기로 자르고 도끼로 장작을 패다 보면 어린시절 아버지가 나무를 하던 생각이 난다.
장작을 패서 창고 앞에 쌓아두면 마치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나무와 한참을 씨름하다보면 등에 땀이 흐르고 이마에 구슬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일이라 생각하면 힘들겠지만 놀이로 생각하니 그보다 즐거운 일이없다. 땔감이 끝나면 지천에 미나리 한 줌 뜯어 살짝 데쳐서 고추장. 식초, 설탕,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 미나리초무침에 막걸리 한 잔이면 오늘 시골살이도 행복한 기억으로 저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