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부모님 산소를 뒤로하며
위쪽 지방에 사는 딸이나 아들 집에 가기위해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보면 친정 부모님이 잠들어 계신 아빠의 고향을 지나게 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남원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반가움과 그리움을 가득 안고 친정집으로 직진했었는데 이제는 두 분 모두 안계시니 산소를 방문하는 횟수보다 그냥 지나쳐가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지리산 자락 너머 낮은 산도 많고 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가기 때문에 산소가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저 멀리 잔잔한 호수가 반짝거리고 너른 들판이 맞닿은 곳을 지날 때면 분명 엄마 아빠가 미리 마중나와 마른 잔디위에 걸터앉아 반가운 손 흔들며 막내딸인 나를 기다리고 계실 거라 생각된다.
엄마 아빠가 다니시던 남원 도시의 기억을 더듬어 보다 잠시 소리 없는 안부를 전한다.
‘엄마 아빠, 동안도 잘 계셨어요? 나 지나가고 있는 거 보이셔? 나도 잘 지내고 있어요...’
남원을 지날 때쯤이면 말수는 줄어들고 그동안 전하지 못한 안부와 내 마음속에 일렁이는 수많은 속삭임과 보고픔을 마주하며 괜시리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만약 부모님 영혼이 있어 산소 주변을 산책하고 계신다면 내 마음의 소리를 듣지 않으셨을까?
아무리 바쁘거나 힘들어도 자식들에게는 4~5시간이 걸리는 운행시간을 마다않고 밑반찬과 먹거리를 바리바리 준비해서 뻔질나게 드나들었건만 부모님께는 멀다는 핑계로 가끔씩만 찾아갔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두분 모두 안계시니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방문하기가 더 쉽지 않다는 생각에 여전히 불효 아닌 불효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두 분이 함께 계시니 서로 의지하며 잘 지내시리라 믿어본다.
낙엽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면 엄마 아빠가 한 계절 또 추우시겠다는 생각에 마음 한켠이 아려오지만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 오는 대로 따스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맞으며 사계절이 주는 자연의 향기를 마음껏 누리고 계실테니 이 또한 나쁘지 않을거라 위로해본다.
다시 포근한 봄바람이 불면 가족들과 함께 엄마, 아빠 만나러 올 것을 기약하며 슬쩍 마음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