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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꽃 Aug 05. 2024

골프=자식

홀인원을 위하여~!

골프를 배운지 벌써 7년째다. 

남편과 취미 활동을 같이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 때문에라도 우리는 필드 보다 주말 스크린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별일 없는 주말이면 대부분 스크린 골프를 예약한다.

예전에는 지인 따라서 필드도 몇 번 나가봤는데 우린 2인 1조여서인지 확실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은 기정 사실이었다.

한번은 1박2일로 우리 부부가 친한 동생 부부와 함께 전북 쪽으로 필드를 간 적이 있었는데 숙박비며 경비가 만만치 않아서 뱁새가 황새 따라다니는 꼴이 될 뻔 했다. 그 이후로 필드를 나가 본 기억이.... 

둥실둥실 하얀 뭉게구름 아래 푸르디 푸른 초원에서 멋진 자세 뽐내며 자연과 바람을 벗 삼아 스포츠를 즐기고 싶으나 우리 부부는 딱 여기까지~!

그리고 ‘폼생폼사’라고 다른 여성 분들을 보니 단순히 골프만 치기 위해 대충 차려입은 내 모습과 많이 비교되어 약간 위축되었다. 역시 우리 부부 스타일은 편하게 스크린에 앉아서 자기만족하며 치는 것이 장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나의 닉네임은 '도깨비조'이다. 예전에 공유가 나왔던 드라마 '도깨비 신부'에서 공유의 역이 남편이름과 같기 때문에 그렇게 지었는데 아주 만족스럽다.^^*


불과 1~2년 전에는 스크린에서 두 번 정도 홀인원도 해 보고 비거리도 괜찮았고 정말 잘 될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가장 전성기?였나 싶다.


해가 거듭될수록 어깨에 힘도 빠지고 더 잘 된다는데 나이를 먹어서인지 해가 갈수록 비거리도 줄어들고 힘도 더 들고 오히려 마음대로 더 안 되는 것 같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나와 같이 치면서 경쟁심도 줄어들고 할 때마다 시범적으로 쳐 본다면서 장난으로 대충 치더니 결국 자세가 흐트러져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다.



여기서 깜짝 질문 하나!

이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이 2가지가 있다는데 무엇일까요?

바로~~~~~~~

'자식과 골프!' 라고 한다. 

틀리지 않은 답인 것 같다.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 것 같고 자식과의 관계에 있어서 부모는 대부분 ‘을’의  입장이 맞는 것 같다. 

골프 역시 아무리 잘 치는 사람이어도 그 날의 컨디션과 자세와 주변 상황에 따라 점수가 달라진다고 한다. 

특히 나의 경우는 일단, 구력이 적고 몸치여서 허리도 잘 안돌아가고 여전히 온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연습을 하면 할수록 자세가 더 엉망이 되는 것 같다. 그래도 웬만한 운동은 잘 하는 편이라고 자부하는데 정말 골프는 적성이 안맞다는 생각이 자주 들 정도로 어렵게 느껴진다.  

조금이라도 더 잘 해 보기 위해 움직임을 미세하게 약간만 달리해도 금새 자세가 흐트러져 버리고 역시나 삑사리가 나고 만다. 어느 날은 드라이브가 잘 안 되고 어느 날은 아이언이 안 되고 또 어떤 날은 퍼터가 ‘똑바로’가 안 되기도 한다. 물론 칠 때마다 그날 선택한 장소의 그린이나 거리의 영향도 있겠지만 역시 습관과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더군다나 전에는 감을 잃어버리지 않기위해 매 주말 토요일. 일요일마다 남편과 스크린 게임을 했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한번 치는 것만으로도 버겁고 몸이 무거울 정도로 피곤함을 느낀다. 


그런데 또 이상한 건 남편이 잘 되면 내가 더 안 되는 것 같고 내가 잘 되면 남편이 잘 안 맞는 경우도 많다.

한번은 남편도 계속 마음먹은대로 잘 안되니까 게임 중에 아이언 채를 집어 던져 부러져서 교체하는가 하면 나도 몇 번 펑펑 울기도 했다. 겨우겨우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치면 또 자세가 괜찮아졌다가 또 이제 좀 좋아지는가 싶어 마음을 놓으면 또 흐트러지고 정말 중심잡기가 쉽지 않다. 

보통 남편은 나에게 핸디 5개 정도 주는데 요즘은 남편이 계속 지는 바람에 게임비 내는게 억울하고 화가 나는지 오히려 이긴 내가 눈치를 보기도 한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운동이니 포기할 수도 없고 딱히 다른 취미를 찾기 전까지는 스크린이라도 계속 쳐서 현상 유지는 해야 할 듯 싶어 여전히 쭈욱~~~ 치는 상황. 


스크린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있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홀인원을 할 것 같으면 게임하는 사람들마다 각자 1,000원씩을 카운터에서 준비한 현금통?에 적립하는데 만약 누군가 홀인원을 하면 모은 돈의 절반을 똑 떼어준다. 

우리도 같은 스크린을 다년간 다녔는데  '설마 내가 홀인원 하겠어?'하고 적립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쳤다가 홀인원 해서 땡전 한푼 못 받은 몹시 안타까운 경우도 있었고 혹시나 하고 매 번 1,000원씩 내면 대부분 남 좋은 일만 시키고 결국 꽝이 된다. 

역시 남의 돈 따먹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최근에 적립금이 거의 180만원 정도가 모였다. 홀인원 하면 90만원이 내 돈인 것이다. 다들 이것을 노리고 주말마다 스크린장이 더 북새통을 이루는 것 같았다. '복권을 사야 복권이 당첨 될 확률이 생긴다'고 도전을 해야 뭐가 되든 할 거 아닌가? 

그래서 우리 부부도 최근에 일주일에 두번이나 예약해서 도전했다. 약간 도박성이 있긴 하지만 좀 더 신중히 잘 쳐보려는 의지가 샘 솟기도 한다. 

홀인원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요즘은 나이 드신 분들이 파크 골프를 많이 배우신다는데 우리도 그쪽으로 전환을 해야하는지 고민 중이다. 무릎이 안 좋으면 산행을 하면 안 될것 같고 탈모가 있으면 수영도 하면 안 될 것 같고 임플란트를 하면 음식도 조심해야 하듯이 나이를 먹을수록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많아지고 무슨 일을 하고 싶어도 선택의 범위가 점점 좁아지는 것 같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골프는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운동임을 절실히 깨닫는다. '힘이 빠진다'는 말의 의미는 더 잘 하기 위해 힘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차분히 치라'는 뜻인 것 같다. 


이번 주에도 이미 오전 예약을 해 두었다. 이거라도 꾸준히 하니 더 자고싶은 유혹도 밀어내고 주말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게 된다. 남편 역시 TV 앞에 붙박이처럼 고정되어 있을텐데 투덜거리면서도 외출준비를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날씨와 상관없이 편하게 부담없이 즐기고 끝나고 나면 외식을 하기도 하고 재래시장에 들르거나 가끔 드라이브도 하면서 남은 하루를 여유롭게 보내니 우리 부부에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취미이다. 나의 목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남편만 이기면 된다^^*. 

성질 급한 나의 성격을 누르고 온 우주의 모든 기를 모아 도를 닦는 마음으로 좀 더 여유를 갖고 즐기면서 해야겠다. 

골프 너도 놓치지 않겠어!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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