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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 태백 Mar 20. 2024

여행 가는 두 남자

공무원연금공단에서 구문소 농촌체험마을과 은퇴자 공동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은 공무원들의 연금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기관으로서, 은퇴자 공동체를 통해 은퇴한 공무원들에게 사회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은퇴자 공동체 마을은 공무원연금공단이 실시하는 공유 복지 사업이다. 농촌에 산재해 있는 빈집이나 농어촌 체험휴양마을의 유휴자원을 활용하여 은퇴자들이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다. 공무원연금공단에서 하는 은퇴자 공동체의 목적은 은퇴한 공무원들의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과 복지 지원을 통해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은퇴 생활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먼 산에서 시작된 단풍이 구문소 석벽을 물들이고 있다. 정년을 마치고 은퇴하신 분이 한 달 살이을 온다고 한다. 멀리 통영에 살고 계신 분이다. 남쪽 바다 쪽빛 냄새가 난다. 슬슬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은퇴하고 한 달 살이 오는 경우는 부부가 함께 오길 부탁한다. 인생의 남은 시간을 행복한 추억으로 간직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숙소 앞에 자동차가 도착했다. 승합차을 캠핑카로 개조한 차를 가지고 왔다. 


구문소 마을 한 달 살이는 청년도 있고 귀농 귀촌을 고민하는 분들도 온다.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안내하는 은퇴자 공동체 마을을 보고 오기도 한다. 구문소 마을에 도착하면 상담을 한다. 농사일이 궁금한 분, 편히 쉬면서 여행하는 분, 혼자 책 읽기 좋아하는 분 다양하다. 나는 마을살이를 하는 동안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한다. 가을에 방문한 원 선생님은 여행을 좋아한다고 했다, 처음 며칠 동안 마을을 산책하면서 사색을 즐기는 것 같다. 생활하는데 불편한 것이 없는지 안부를 물어보았다. 원 선생님은 사별하고 정년 후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떠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여행을 간다고 한다. 지역의 숨은 역사를 찾아 기록하고 지역의 음식을 먹는다. 차에서 자기도 하면서 지도 한 장 가지고 가고 싶은 여행지를 찾아간다. 전국 다녀간 곳을 여행기로 남기고 싶다고 한다. 마음에 두고 간직한 아픈 이야기를 내어 준다. 많은 이야기를 듣기만 해서 미안하다. ‘한 달 살이 동안 주변을 함께 여행하면 어떻냐?’고 제안했다. 두 남자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제부터는 원호 형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철암 탄광 역사촌을 다녀오기 위해 나선다.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승강장으로 향한다. 거대한 기암절벽에 울긋불긋 가을이 내려오고 있다. 구문소 석벽을 청룡과 백룡의 결투로 뚫렸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온다. 수억 년의 세월이 구멍을 만들어 소가 되었다. 계곡을 흘러 내려온 폭포수 소리가 우렁차다. 원호형의 세상살이 이야기를 듣는 시내버스 여행도 즐겁다. 철암 탄광 역사촌은 석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칠흑 같은 어두운 막장에서 검은 땀을 흘렸던 광부들의 삶의 현장을 돌아본다. 삼방동에 올랐다. 삼방동 똥골에 살던 광부, ‘똥 사장이라는 별명으로 삼방동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 준다. 삼방 탄광 사람들이 모여 살던 판잣집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삼방동에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할미 곱창집이다. 연탄불에 곱창을 굽는 곳이다. 할매 와 광부 그리고 연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밤은 깊어간다.


태백은 발원지의 도시다. 한강 낙동강이 발원한 검룡소 와 황지연못이 있다. 한강 발원지 검룡소에서 정선 아우라지까지 물길 여행을 나섰다. 창죽마을 깊은 곳에 검룡소가 있다. 검룡소에서 발원한 맑고 깨끗한 물은 광동댐을 만났다. 광동댐을 넘쳐 골지천을 따라 흘러간다. 골지천의 물살이 햇살에 반짝인다. 기암절벽을 앞에 두고 바위 위에 세워진 구미정을 본다. 아홉 개 아름다운 경치를 음미했던 분들이 궁금하다. 풍광 좋은 계곡을 따라 검룡소 발원수는 정선 아우라지에서 평창 송천 물과 합류한다. 뗏목의 역사가 시작되는 곳이다. 정선아리랑의 애환이 전해 온다. 아우라지 뱃사공과 처녀의 애절한 마음이 전해오는 정선아리랑을 불러본다. 원호형의 얼굴을 잠시 쳐다봤다. 깊은 생각에 젖어있다.


찬바람이 불면서 낙엽이 뒹굴기 시작한다. 화단에 피었던 코스모스는 앙상한 가지만 남았다 원호형은 마을 주변에 떨어진 낙엽을 청소한다. 한 달 동안 여러 곳을 두 남자가 여행했다. 원호형은 소녀처럼 웃음도 많아졌다. 구문소에서 생활한 한 달이 지나갔다. 태백에 다시 오고 싶다고 한다. 통영 바다를 꼭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방을 깨끗이 정리하고 말없이 남쪽 바다로 갔다. 함께 한 기억들이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구문소 마을에 청년들도 다녀가고 은퇴자들도 다녀간다. 마을은 고령화가 깊어진다. 농촌에 인구를 증가시키는 것은 싶지 않다. 한 달 살이 하는 분들이 농촌마을에서 생활하면서 다양한 관계를 맺는 것도 지역 소멸 위기를 해결하는 해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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