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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서울 May 02. 2024

제주도의 바람

제주도의 바람은 무겁다.


잠시 머물다 지나는 향기 같은 것이 아니라

한 여름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겨울 이불 같은 느낌이다.


그 무게가 주는 힘이 어찌나 쌘지

가만히 있으려고 하는 구름에게도 빨리 움직이라고 보채는 것 같다.


점섬 사그라들 것 같은 바람의 기류는

밤이 되면, 바다가 가까워지면

매력적인 친구들을 데리고 더욱 더 거세게 다가온다


가벼움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진지한 바람에

시도 때도 없이 유머를 끼얹는 바다의 짠 맛과

지나친 예의를 비웃는 모래의 간섭

그 중간 어딘가에서 조용히 분위기를 맞추는 습기


이러한 바람은 사람들에게도 무거운 채찍질을 한다.

바다에 삼삼오오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빨리 기류에 올라타라고 더 거세게 불어온다.


우리네들에게도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주라며 애서 등 떠밀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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