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바람은 무겁다.
잠시 머물다 지나는 향기 같은 것이 아니라
한 여름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겨울 이불 같은 느낌이다.
그 무게가 주는 힘이 어찌나 쌘지
가만히 있으려고 하는 구름에게도 빨리 움직이라고 보채는 것 같다.
점섬 사그라들 것 같은 바람의 기류는
밤이 되면, 바다가 가까워지면
매력적인 친구들을 데리고 더욱 더 거세게 다가온다
가벼움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진지한 바람에
시도 때도 없이 유머를 끼얹는 바다의 짠 맛과
지나친 예의를 비웃는 모래의 간섭
그 중간 어딘가에서 조용히 분위기를 맞추는 습기
이러한 바람은 사람들에게도 무거운 채찍질을 한다.
바다에 삼삼오오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빨리 기류에 올라타라고 더 거세게 불어온다.
우리네들에게도
누군가의 친구가 되어주라며 애서 등 떠밀어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