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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rnard Street Mar 21. 2024

냉정한 이타주의자?

북 리뷰


선한 의도는 반드시 선한 결과를 가져올까?

이 책은 선의와 열정에만 이끌려 무턱대고 실천하는 이타주의는 사회와 이웃에 오히려 커다란 해악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꼬집고 있다. 




옥스퍼드대 철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인 윌리엄 맥어스킬(William MacAskill)은 효율적 이타주의 운동을 이끄는 사람들 중 하나로 손꼽힌다선한 행위라는 철학적 신념을 실천하는 데효율성과 합리성에 기초한 경제학적 방법론을 적용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주장이다.


예컨대다양한 자선단체의 프로그램들의 성과를 객관적 지표인 QALY (1QALY는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지내는 1년을 의미한다.) 로 환산하여단위 기부금액 당 수혜자들의 삶을 실제로 얼마나 증진시켰는지를 평가하는 식이다이를 통해기부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단체와 그렇지 못한 단체를 비교 검토하고자신의 기부금을 가장 효과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는 단체에 기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단지 기부자의 선한 의사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그것이 제대로 된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도 합리적으로 평가하고 따져봐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주장은 크게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미국 유학을 나가보면유학생들 아버지 직업 중 가장 많은 것이 목사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5성급 호텔에만 묵고 2억원에 육박하는 레인지로버를 타고 다니는 스님들도 보인다우리가 좋은 의도를 갖고 내는 헌금이나 기부금이 본래의 용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용되는 일은 아마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우리가 주식투자를 할 때해당 기업의 재무건전성이나 비전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처럼 기부를 할 때에도 이러한 치밀한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학적 접근방식이 도움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다는 데 있다예컨대객관화된 수치나 데이터가 유용한 함의를 가질 수 있는 보건 의료 분야에서는 이러한 접근방식은 타당할 수 있다기부금 단위 당 말라리아 백신을 몇명에게 접종했고 그 결과 질병발생률이 작년에 비해 이만큼 줄었다하는 식의 정량화된 결과획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분야는 어떨까가령 중국 내 탈북자를 돕는 네트워크에 기부하게 된다면 그들의 용처와 그 결과를 구체적인 수치로 가공하기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사업의 성격에 따라서는 단위 금액당 그것이 수혜자들에게 얼마만큼의 도움이 되었지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그들은 여전히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경우구체적인 증거제공이 가능한 분야에 기부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편다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불확실할 때에는확실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분야로 가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라는 이야기다일견 타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나는 이러한 접근방식은 특정 분야특히 의료보건 분야의 기부금 독식을 가져오고도움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고른 투자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원칙적으로선의를 가진 행위에서도 가급적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접근방식을 취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하지만 동시에가장 합리적인 선택이 가장 옳은 선택은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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