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오사카 여행기
2024년 6월 29일 저녁 7시 50분!
나는 원피스 치맛자락을 흩날리며 쪼리 슬리퍼를 질질 끌면서 정신없이 오사카 도톤보리 강변길을 뛰고 있었다. 강 양옆으로 화려하게 펼쳐진 야경은 꿈결 속 스쳐가는 장면인 듯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상가들이 테이블을 하나라도 더 놓기 위해 통행로 쪽을 많이 침범하고 있어 양손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나에겐 마음 놓고 달리기 엄청 비좁은 길이었다. 아침에 매표를 위해 왔던 익숙한 길이었지만 밤에 오니 느낌이 색달랐다. 나는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다. 초등학생인 두 딸에게 "빨리 와!"라고 채근하며 한 번씩 뒤 돌아볼 뿐이었다. 두 딸은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불평할 여력 없이 서로 손을 꼭 잡고 내 뒤를 바싹 붙어 따라오고 있었다.
무거운 짐으로 팔이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듯 저려왔고, 신발이 헐거워 걸음마다 벗겨질 듯 아슬아슬해서 몇 번이나 앞으로 고꾸라 질 뻔했다. 숨이 목 끝까지 차올라 심장이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것처럼 거칠게 요동쳤고, 발목은 한 걸음 뗄 때마다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욱신거렸다. 땀으로 얼룩진 온몸은 뜨겁고 습한 증기 속에 갇힌 듯 답답함과 끈적함으로 나를 옥죄었고, 마치 소금 간에 절여진 배추처럼 흐물거리고 축축한 무게가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짓누르는 듯했다. 택시 기사님이 알려주시기는 했지만 내가 달리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다급한 마음에 앞에서 걸어오는 젊은 남자분에게 말을 걸어봤지만, "No, English" 하고는 휙 지나쳐 버렸다. 여기서 망설이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나는 절박한 상황에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뛰다 보니 드디어 돈키호테 매장을 의미하는 '藥'이라는 초록색 동그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8시 정각에 출발하는 리버크루즈를 타기 위해 나는 아이들과 10분 동안 전속력을 다해 강변 길을 뛰었던 것이다. 그렇게 달렸던 10분이 나에게는 10시간처럼 길고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시간을 맞출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렇게 까지 힘들게 왔어야 했던 길인가! ' 하는 회한과 늦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갔다.
오사카의 리버쿠르즈는 일본 전역에 점포가 있는 인기 있는 대형 할인점인 '돈키호테'의 도톤보리점 앞에서 타는 배였다. 매표소가 바로 그곳에 있어, 쿠르즈를 기다리며 쇼핑을 즐길 수 있고 탑승장을 찾기 쉬워서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입지였다. 오사카의 상징이자 대표적 관광지인 도톤보리의 즐비한 상점가의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수놓아진 감성충만한 밤거리의 정점을 느낄 수 있는 크루즈는 오사카에 오면 반드시 즐겨야 할 대표적인 관광코스였다. 그렇기에 우리 가족도 3박 4일 오사카 여행 중 대미의 마지막 밤일정을 리버크루즈로 장식하기로 한 것이었다. 운행 시간은 20분 남짓이지만, 배 위에 앉아서 하루의 여독을 풀며 휴식과 여유를 즐기고 대형 제과회사 브랜드의 캐릭터로 도톤보리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거대한 '글리코상'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고 했었다. 리버크루즈를 타기 위해는 아침부터 40분 정도 줄을 서서 현장매표를 해야 했다. 우리는 여행일정을 생각해 크루즈 운영 마지막 타임인 8시로 예매를 했다. 6월이지만 한여름처럼 습하고 더운 일본의 날씨에 양산과 손선풍기가 없으면 기다리기 힘든 시간이었다. 밤도시의 낭만을 만끽하고자 그 시간을 참아야 했다.
6년 전, 처음으로 가족이 함께하는 해외여행을 생각하고 온 가족이 여권을 만들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팬데믹 한 상황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해외는커녕 국내 여행조차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올해 드디어 지인가족과 함께 가족여행으로 처음 해외를 가기로 했다. 유래없는 엔저현상에 관광과 절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그 여행지가 바로 일본 오사카였다. 오사카는 도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청주공항에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에 있고, 일본 관광 산업의 중심지로 다양한 쇼핑센터와 맛집, 볼거리, 가족단위로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가 풍부하여 아이들과 여행하기 좋은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에게 오사카는 20여 년 전 친구들과 2주간의 일본 배낭여행을 통해 한 번 다녀간 곳이었지만, 그동안 내가 변한 만큼 여기도 많이 변해있었다. 세월은 흘렀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익숙한 세계를 떠나 낯선 환경에 놓인 내가 만들어가는 추억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세상의 무한한 가능성 안에서 한없이 작고 유한한 내가 가진 내면의 지도가 조금씩 확장하게 된다. 우리는 때때로 길을 잃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부딪히기도 한다. 여행은 그러한 과정의 단편을 느끼게 해 준다. 완벽하게 계획된 길보다 우연과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오사카에서의 여행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아이들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코스라 하루에 2만 보 이상씩 걸어야 해서 힘들긴 했지만, 모든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하며 아이들과 추억이 쌓였기에 피로조차 달콤하게 느껴졌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소지품 하나 잃어버리지 않고 씩씩하게 잘 따라와 줘서 얼마나 대견스러웠는지 모른다.
아이들은 뭐니 뭐니 해도 오사카 필수 관광명소인 테마파크 '유니버셜스튜디오 재팬'을 좋아했다. 오전에는 신발이 흠뻑 젖을 정도로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영화와 게임 속에 들어온 듯한 실감 나는 체험과 스릴 넘치는 어트랙션은 그 모든 불만을 잠재워 버렸다. 해리포터, 미니언즈, 샤크 등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경험은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리얼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사람들이 물에 빠지고 포탄이 떨어지는 전쟁 상황을 실제로 연기하며 보여주는 '워터월드' 공연은 마지막 장면에 비행기가 내 앞으로 돌진했을 때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닌텐도 테마 존에서 직접 게임 속에 빨려 들어간 것 같은 환상적인 체험을 만들어준 기술력은 과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사카 도심 속에서도 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덴노지 동물원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약 300종 1,500마리의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레서판다의 귀여움과 날개 없는 뉴질랜드 키위새의 독특한 생김새, 덩치가 산만한 북극곰이 물속에서 유영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또한, 지상 300m 초고층에서 오사카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아베노 하루카스300 전망대의 아찔함도 좋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그 자체로 압도적이었다. 그곳에서 내려다본 덴노지 동물원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빌딩 숲 속 작 오아시스라는 말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리버크루즈 일정에 대한 변수는 어쩌면 시작부터 뒤틀려 있었는지 모르겠다. 오사카 여행 셋째 날, 오후 5시쯤 하루카스 전망대를 나오면서 남편은 일본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했고 지인의 남편도 동행했다. 일본 현지인의 저녁 문화를 느끼며 술 한 잔 기울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남편들을 보내고 엄마들이 아이 둘씩을 책임져야 했다. 나는 도톤보리에서 저녁을 먹고 시간이 되면 돈키호테에 가서 쇼핑을 하며 여유롭게 리버크루즈를 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인은 생각이 달랐다. 지하철로 20분 거리에 있는 '메가돈키호테 신세카이점'에 가서 남편들 눈치를 보지 않고 저렴한 가격으로 쇼핑을 실컷 하자는 것이었다. 모든 여행 일정을 그녀가 주도했고, 선물도 사야 했기에 나도 그 제안을 따랐다.
아이들과 편의점 먹방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오사카에서 가장 크다고 하는 '메가돈키호테 신세카이점'에 입성했다. 이곳은 2층에 위치에 있으며 단층으로 되었어 카트를 끌고 쇼핑하기 편했고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컸다. 의약품부터 먹거리까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품목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쇼핑의 메카로 가격이 저렴하여 마트와 다이소를 합쳐놓은 느낌이었다. 계산할 때 면세와 쿠폰 적용 할인 혜택을 잘 챙기면 더 할인을 받을 수 있기에 그 부분도 꼼꼼히 체크해야 했다.
아이들과 쇼핑카트를 끌고 그 넓을 공간을 누비고 다니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원하는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좋았다. 나는 레몬맥주, 위스키, 썬스프레이, 초콜릿 등 다양한 물품을 많이 샀다. 일사천리로 계산을 끝내고 기다리는데, 지인 계산대 직원이 신참이었는지 한참을 버벅댔다. 기다리는 내내 앉을 곳도 마땅치 않아 아이들은 다리가 아프다며 계속 '징징' 거렸다. 겨우 계산을 끝내고 밖에 나왔는데, 뭔가 허전한 기분에 가방을 들춰보니 큰딸의 핸드폰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만의 쇼핑시간을 주기 위해 핸드폰을 줬었는데 쇼핑바구니에 그대로 놓고 온 것이었다. '아! 리버크루즈냐 핸드폰이냐'를 두고 망설여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빨리 찾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큰 딸 손목을 붙잡고 미로 같은 그 길을 헤치고 계산대로 달려갔다. 정말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계산대 직원들은 핸드폰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켜켜이 쌓여있는 바구니를 다 뒤집으며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망연자실해하고 있을 때, 한 외국 여성분이 바구니 속 핸드폰을 봤다고 했다. 손가락으로 계산하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쪽을 가리키며 "on the line!"이라고 하길래 그 줄을 헤치며 핸드폰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보아도 보이지 않고 한숨이 나오는 순간, 그 여성분이 바구니채 들고 와 핸드폰을 내밀었다.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순식간에 걷히고, 눈부시고 찬란한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 황홀한 순간에 나는 저절로 "Oh, My God!"을 외쳤다. 너무나 감사한 마음에 "Thank you! Thank you very much!"라는 인사를 몇 번이나 되뇌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눈물이 핑 도는 순간이었다.
다시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순간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둘째 들이 화장실이 급하다고 하여 2층으로 다시 보냈다는 지인의 말에 화장실로 찾아가 아이들을 챙겨서 내려왔다. 시간은 가고 이러다 늦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부리나케 '우버택시'를 호출했다. 지인이 호출한 택시가 먼저 도착했고, 리버크루즈 탑승 시간인 8시까지는 20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오전에 한꺼번에 결재한 표를 가족별로 나눌 시간도 없이 지인에게 몽땅 맡겼다. 먼저 배를 잡고 있으라는 취지였다. 다행히 우리 택시도 곧 도착했다. 기사님과 영어소통이 잘 돼서 현재 상황을 얘기하니 최선을 다해 보겠다고 했다. 기사님은 막히는 시간대라 도착지까지 가기 어렵겠다며 중간에 내려서 뛰어가는 게 낫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의 10분 달리기가 시작된 것이었다.
선착장에 도착한 시간이 딱 8시였다. 숨 가쁘게 왔지만 지인 가족은 보이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출발했는데 무슨 일인가 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늦을 것 같다는 답만 돌아왔다. 그때부터 다시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검표 직원이 지금 타야 한다고 했지만 내 손에는 표가 없었다. 일행이 오고 있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계속 기다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8시 배가 마지막 배여서 매표소가 닫아 환불도 안되고, 내일 오전에 출국하는 일정이라 내일도 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인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봤지만 더 이상 받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8시를 훌쩍 넘겼고 배는 떠나 버렸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달려온 아이들은 그 자리에 돌처럼 굳어서 큰소리로 "엉~엉~" 울어댔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고 너무 창피해서 그만 우라고 소리도 쳐봤지만 허공에 떠도는 메아리처럼 아이들 귀에는 들리지 않았는지 그칠 줄 몰랐다. 지인 가족이 도착한 8시 10분까지 우리 아이들은 10분 동안 그렇게 목이 터져라 울었다.
지인은 미안하다며 자기 때문에 못 타서 어떻게 하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지인이 탄 택시는 나이가 많고 영어가 안 되는 기사님이어서 소통이 잘 되지 않다 보니 반대편에서 내려줬다고 했다. 그녀는 이미 늦어버린 상황에 어떻게 환불이라도 해보려고 매표소를 찾아가 봤지만, 약속을 못 지킨 건 우리 책임이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그녀가 매표소 직원과 한참을 얘기를 하고 선착장으로 내려온 순간, 강 저편에서 휘황찬란한 큰 북을 "둥~둥~" 두드리며 크루즈선 한대가 지나갔다. 딱 봐도 리버크루즈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 지인이 다른 크루즈도 있다고 얘기했다. 그 배는 '윈더크루즈'였다. 검표 직원에게 저 배는 어디서 타냐고 물었더니 강 건너편 쪽에서 타는 데 막배가 8시 30분 일거라고 했다. 우리에게는 단, 5분이라는 시간적 여유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지금이라도 가보자는 간절한 심정으로 손에는 무거운 짐이 가득했지만, 마지막 희망을 품고 강을 건너 있는 힘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지친 몸은 마치 돌덩이처럼 무거워지고, 다리는 점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안에 있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며 뛰었다. 저 멀리, 줄 서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제 막 배에 오르는 중이었다. 그 옆으로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6명이 있었는데 대기자라고 했다. 우리도 그 뒤로 줄을 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들과 함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대기하는 사람들이 한 명씩 자리를 떠날 때마다 ' 과연 우리 차례가 올까?' 하는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순간, 심장은 거대한 북소리처럼 쿵쿵 울리며 가슴속 깊이 긴장감을 퍼뜨렸다.
운명의 장난이었을까? 딱 우리 앞에서 대기줄이 끝났다. 직원에게 현금을 줄 테니 아이들만이라도 태워주면 안 되겠냐고 사정을 했다. 현금이라는 말에 자기들끼리 다시 확인해 보더니 최대로 탈 수 있는 인원은 3명이라고 했다. 아이들은 4명, 자리는 3자리. 순간 고민에 빠졌다. 한 명이 희생하면 3명은 탈 수 있는 상황에, 희생한 아이는 반드시 보상을 해주겠다고 얘기했지만, 서로 눈치를 보며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 한 명에게 강요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렇게 크루즈선은 우리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허탈함과 허무함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 아빠들이 같이 있었더라면, 계산원이 빨리 계산해 줬더라면, 핸드폰을 잃어버리지 않았더라면, 화장실을 가지 않았더라면, 표를 건네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조금만 더 빨리 '윈더크루즈'를 생각했더라면... 수많은 가정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으로 도달했다. 여행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장애물과 변수가 반드시 존재한다. 비단 여행뿐 아리나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이번 경험을 통해 패배감을 맞보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기에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것 같다. 언젠가 다시 오사카에 와서 꼭 리버크루즈를 타겠다고 아이들과 약속했다. 그래서일까, 여행을 다녀온 지금도 리버크루즈의 기억은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에 생생히 남아 있다. 이루지 못한 아쉬움은 만족감보다 우리 기억 속에 더 깊은 골을 만드는 것 같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기에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지 않는가!
오사카에서의 여행은 우리 가족 모두에게 한 획을 그은 뜻깊은 경험이었다. 아이들은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며 또 가고 싶다는 말을 한다. 만족감과 아쉬움 교차하는 두 가지 감정이 모두 담긴 말이다. 성취와 미완이라는 경험이 동시에 자리하여 생긴 감정인 것이다.
여행의 맛은 아이스크림과 같다. 혀끝에서 달콤하게 녹아내릴 때는 그 순간이 달달하고 황홀하지만, 어느새 녹아 사라지고 그렇게 잊혀 버린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또다시 새로운 여행을 꿈꾸는 지도 모른다. 낯선 곳에서 얻는 멋진 성장의 기쁨과, 미처 알지 못한 나 자신을 발견하는 그 과정이, 결국 우리를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끄는 것 같다.
가족 여행은 삶이라는 책 속에서 모두가 함께 쓸 수 있는 소중한 한 페이지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잊고 있던 서로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시간을 선물한다. 부모와 아이들 모두에게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함께 낯선 곳을 탐험하며 자신감을 쌓고 배움의 기회를 함께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여행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