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우리가 알다시피 세계 각국에서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나라이다. 가족초청이나, 투자, 취업등을 통한 합법적인 이민과정은 물론, 무작정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불법이민도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최근에 에콰도르는 중국과 수년간 맺어왔던 무비자 협정을 올 여름 갑자기 중단을 시켰다고 한다. 이유는, 에콰도르에 무비자로 입국한 뒤 미국으로 불법이민을 시도하는 중국인들이 많아서라고 하니 오죽하나 싶다. 그런데, 중국인들처럼 무작정 미국쪽으로 국경을 넘는 이들이 매년 200~300만으로 현재 정부가 시인하는 불법체류자는 천만이 넘는다고 한다. 서류없이 들어와 잠적하는 경우도 많아 사실은 공식통계의 3배이상에 달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물론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민가고자 하는 한국인의 경우, 그 이유는 위의 경우와는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의료파업사태로 한국을 떠나려는 의료인들이 많은 이야기를 듣고, 부러움도 아니고 놀라움도 아니고, 이해는 가긴 하는데 그럼에도 뭔가 씁쓸 함이 밀려온다. 2000년대 들어 세계 경제 10대국이 되고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지르는 등 살만한 나라가 되어 해외 이민이 줄어들었다고 했었는데, 여전히 한국은 Hell Korea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보다. 또한, 최근에 지인분 가족 모두가 영주권을 받고 미국으로 입국을 했다. 한국에서 충분히 경제적으로던 사회적으로던 자리를 잘 잡은 분이기에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 나라가 궁금해 졌다. 왜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오려고 하는지를…… 뭐 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다음의 이유일 것 같다.
첫 번째는, 기회의 땅은 맞는 것 같다. 사람마다 기회의 크기나 내용이 다르기에 절대적인 비교는 할수 없지만, 확실히 땅이 넓고 할일이 많은 곳이기에 직장이 넘쳐난다. 인건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자동차 정비를 하건, 트럭기사를 하던 그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우리나라 중산층이 사는 삶을 얼추 누릴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며칠전 샌디에고 외곽의 골프장에서 60대 초반 아저씨를 만났는데, 수영장 청소업을 하시는 분인데 삶이 너무 여유롭다고 했다. 일주일에 3일만 일해도 회사는 굴러가고, 당신이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골프 그린피를 내기에는 충분하다고 웃으시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좀 부러웠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수영장 청소업을 해서 저분처럼 살수 있는 것일까? 물론, 회사 오너와 종업원이 상황은 다를 것이다. 분명, 불법이민자를 포함한 이민자들이 값싼 노동력을 대신 제공하고, 오너들이 돈을 버는 구조인 듯 하니 이걸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겠지만, 그들의 삶의 여유가 부러운 것은 사실이다. 또 한 예로, 우리 신랑이 만난 카자흐스탄에서 이민온 한 청년은 낮에는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어와 전공 공부를 하고 밤에만 우버 운전사가 되는데, 우버 운전만으로도 한달 수입이 6만불이 넘어 지금도 만족스럽지만, 이후 취업을 하게 될 경우 더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것이라 희망이 담긴 말을 하였다고 한다.
두 번째는, 직업/배경/사람에 대한 편견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의 경우, 나는 뭐 하는 사람이다. 나는 어느 회사를 다닌다 등, 나라는 사람 뒤에 있는 배경이 너무 중요하다. 물론 이 나라도, 체면이라는 것을 분명 따지는 그룹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체면보다는 실질을 더 중하게 생각하는 자본주의가 바탕에 깔려있는 것 같다. 영화에 자주 나오는 호텔에서 진행되는 화려한 파티 같은 것이야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인 듯 하고,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아주 특별한 날이 아닌 이상, 옷이나 신발, 가방 같은 밖으로 보이는 외적인 부분에 크게 투자를 하지 않는다. 미국에 와서 백화점을 다녀보시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아실 거다. 의류브랜드가 생각보다 몇개 안 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여성 casual 브랜드 만으로도 백화점 한층 전체가 꽉 차고 거기 입점을 못해 기다리는 대기 회사들이 즐비하고, 중년여성분들을 위한 브랜드만으로도 또 한층이 꽉 찬다. 게다가 수입 고급 브랜드로만도 또 한층이 꽉 차 있다. 우리나라 상황과 비교를 하면서 미국 사람들은 패션감각이 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뭐 그럴 수도 있지만, 패션 분야에 돈을 그냥 투자를 안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차라리 가족들이 같이 즐기고 시간을 보내는 Backyard 잔디나 가구에 더 투자를 하는 것이 미국 사람들 경향인 것 같다.
세 번째는, 일전에 다룬 적 있는데, 우리나라 보다 교육 환경이 덜 경쟁적이긴 하다. 미국의 초등학생들은 정말 노느라고 바쁘다. 중학생이 되어도 뭘 하던 충분히 놀 시간이 있다. 물론 고등학교를 가면 나름, 대학을 준비하던 빠른 사회 진출 및 적응을 위한 준비를 하던 바빠는 지지만, 한국처럼 학원가를 돌면서 선행과 반복학습을 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경쟁 학습 환경이 불편하고 힘들어서, 가족 모두 또는 아이들만이라도 미국으로 이민 보내는 경우들을 많이 보아 왔고 지금도 보고 있다.
네 번째는, 이건 재산이 좀 있다는 분들께만 해당되는 내용이겠으나, 증여세(상속세 포함세)가 큰 몫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부부와 자녀모두 시민권자 또는 미국에 거주 주소를 두고 있어 미국에 영구적으로 거주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자라는 전제아래, 증여의 공제한도가 $10M이니 지금의 환을을 대략 곱해보면 13,400,000,000원 까지는 자식에게 물려줘도 증여세가 없다고 보면 된다. 아 그런데,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다고 해서 반드시 증여·상속세 목적상 미국거주자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이 부분은 전문가 상담이 필요할 듯 하다. 미국비거주자라도 활용할 수 있는 연간 증여세 면제(Annual Gift Tax Exclusion)라는 제도가 있다고는 하는데, 매년 증여재산가액 $15,000 이하의 증여는 증여세 신고·납부 대상 자체에서 제외되지만, 연간 $15,000을 초과하는 증여에 대해서는 18~40%의 증여·상속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통합세액공제를 활용할 수 없는 경우, 미국에서도 한국 못지 않은 증여·상속세를 부담해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고하고, 한국의 경우 자녀에서 물려줄수 있는 (증여세를 내지 않는) 증여재산가액은 10세 이하까지 2천만원, 11~20세 이하까지 2천만원 그리고 마지막으로 21~30세 이하까지 5천만원으로 총 9천만원까지만 공제한도이니 차이는 큰 것이 확실하다.
마지막으로, 저녁이 있는 삶이 분명히 있다. 한국에서는 야근은 물론 뭔 모임이나 회식이 많은지 저녁에 집에 제때 들어가서 가족들과 함께 단란히 앉아서 밥을 먹는 것은 사실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활발해졌고 그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지금도 재택이 이어지는 곳들이 많기에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시는 분들이 있기야 하겠지만, 많은 분들의 코로나 이전처럼 오피스로 돌아갔고 이전과 같은 일상을 보내고 계신다고 들었다. 미국 오피스 워커들의 경우, 3~4시만 되면 나이대 상관없이 아이들 픽업하기 바쁘다. 그리고 저녁을 같이 먹는다. 그렇다고, 3~4시에 회사를 나와 집으로 갔다고 퇴근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들은, 저녁시간을 함께 보낸 이후 밤시간에 밀린 일들을 끊임없이 한다. 병원, 우체국, 은행, 세탁소 등등 서비스업에 종사한 분들의 경우도, 대부분의 store들은 5시나 6시에 문을 닫기에 저녁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그러니, 저녁 7시만 되면 주변은 벌써 깜깜할 수 밖에. 물론 밤늦게 까지 여는 슈퍼마켓들이 있긴 하지만 수요가 적으면 저녁 운영시간을 빨리 줄인다. 참고로 내가 살고 있는 커뮤니티앞 작은 상가에 유명한 커피숍이 있어서 많은 엄마들의 수다 장소로 쓰이는데, 여기는 오후 3시에 닫는다. 뭐 커피는 저녁에 먹어봐야 잠만 안 오니 어차피 오후3시 이후는 잘 안가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오후 3시은 진짜 빠르다. 당황스럽다.
뭐 이민에 대한 결정은 개인사이기에 내가 뭔 코멘트라도 달 내용은 아니다.
내가 모를 다른 이유들도 있겠으나, 그냥 이러한 이유들이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