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23년 아이들 여름방학을 맞아, 7월 초에 동부로 가족여행을 갔었는데, 딱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워싱턴 DC에 있는 바람에 처음보는 구경들을 많이 했었다. 사실 그런 것들을 알고 간 것은 당연히 아니었으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엄청난 스케일의 불꽃놀이와 함께 이민자의 나라답게,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의 그 나라만의 고유한 의상이나 쇼들과 함께 길거리 독립기념일 퍼레이드가 있었다. 성격상 한국에서도 이러한 길거리 쇼나 행진을 하면, 찾아가서 보고 기다려서도 보았으니 이번 워싱턴 DC에서 우리 나라 퍼레이드를 봐야 하는 건 당연한 거다. 어설픈 애국심이라 그냥 치부하셔도…… 설마 이 많은 나라들이 다 나오는데, 우리나라 국기를 든 한인분들이 안 나오지 않을테니 무슨 옷을 입고 어떠한 쇼들을 준비해서, 내가 서 있는 길목을 지나갈지 기대가 되어서 햇볕이 쨍쨍한 더운 여름에 4시간 가까이 서 있었다. 물론 중간에 몇번 주저 앉기도 했다. 인터넷으로 서치를 막 해 보니, 작년에는 태권도 시범단의 간단한 시범이 행진 내내 있었고, 한국에서 지원나온 풍물단까지 합세해 꽤 인상적인 쇼를 보여줬었던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덥다고 아우성인 아이들을에게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고 달래면서 계속 기다렸다.
와! 그런데 전체 4시간 정도 행진에서 한국은 진짜 거의 마지막 주자였고, 사실은 기다렸던 것 대비 조금 실망스러웠던 일이 있었다. 물론, 어린이들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한인분들이 참석해서 소고, 장구등 대한민국 전통악기를 이용한 흥겨운 우리 가락을 연주하며 미국의 독립을 축하해 준 모습은 인상깊었고, 해당 퍼레이드는 미전역에 TV로 방송이 되고 수 많은 인파가 모이는 행사이기에 이러한 참여는 일종의 공공외교적인 역할도 하기에, 정말 뜨거웠던 날에 고생하신 분들꼐 감사와 또한 축하의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실망스러웠던 우리나라 보다 앞서 퍼레이드에 참가했던 베트남 국가 멤버들의 태권도 시범 때문이었다. 사실 실망이라기 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컷던 것 같다. 그들의 태권도 사랑에 대해서는 얼추 들은 바가 있긴 하나,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태권도 종주국이 엄연히 따로 있고 같은 행사에 참여해서 그 뒤에 한국팀이 오고 있건 만 이건 뭐지 싶었다. 뭐 나름 '우리 태권도 좋아하고 잘해!'라는 메시지 정도로 그 판을 짰을 수도 있지만, 이 퍼레이드의 의미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전세계 이민자들이 각 나라만의 방식으로 축하를 하기 위해 참여한 행진이 아니던가. 물론 내가 편협한 생각을 한 라떼세대라서, 특정한 틀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그 퍼레이드를 본 한국분들은 거의 다 비슷한 생각들이셨다.
그런데 왜 베트남은 베트남 국가의 퍼레이드에 태권도 시범을 넣은 것일까? 의도가 나쁜 것 같지는 않다는 게 내 생각이긴 하다. 박항서 전 축구감독의 큰 역할로 베트남에서 축구붐이 일어나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높다는 것은 뉴스를 들어서도 많이 아실테고. 박항서 매직이라는 단어까지 생겼으니! 참고로, 전 대우그룹 김우중회장은 우리 나라에서와는 달리, 베트남서 영웅이였다고 한다. 전쟁이후 참혹한 나라에 투자를 감행해 베트남인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였기에! 그런데, 베트남의 태권도 역사는 내가 생각한 것 보다 깊었다. 실제 베트남에서 태권도가 알려진 것 1960년대 부터라고는 하나, 1992년 공식 수교 이후 보급 확산이 되어 도장이 1,000개가 넘는다고 하고, 수련인구만 10만이 넘는 다고 하니, 거의 한류의 원조가 태권도였나 싶을 정도다. 기본적으로 태권도는 수련 상대와 사범에 대한 예의를 중시하면서 동시에, 다른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손과 발을 사용해 상대를 제압해야 하기 때문에 강한 체력이 필수라, 교육열 높은 베트남 부모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역시 엄마들이 좋아하면 빨리 퍼진다. 베트남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을 시작으로 17차례 올림픽에 참가했는데 48년 동안, 계속 노메달이다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여성 태권도 57kg급에서 트란 히에우 응안 선수가 베트남 사상 첫 메달인 은메달을 따서 국위선양을 했기에, 이 선수는 국민 영웅이 되었고, 태권도 또한 국민 영웅을 키워낸 스포츠가 된 것일수도 있겠다 싶었다. 미국에서 운영되는 많은 태권도 시설에도 베트남 어린 친구들이 수련을 위해 많이 다니기에, 그들의 태권도에 대한 애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좁은 생각이라고 뭐라고 해도 뭐 어쩔 수 없다. 태권도가 지금보다 더 널리 널리 세상에 퍼져서 많은 전세계 사람들이 태권도를 통해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기르기 바라지만, 적어도 이런 나라를 대표하는 행사 같은 데서는 우리나라 꺼는 좀 챙기면 좋겠다. 태권도의 세계 무대 역사를 보자면 아직 전세계 인들이 모두 ‘태권도=한국 종주국’ 공식을 100% 아는 것이 아니다 보니 마케팅 좀 안다는 작가 입장에서는 이러한 작은 액션 하나도 태권도의 월드 브랜딩에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