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에 시골에 살아서인지.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점점 시골 풍경과 시골길이 좋았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도심에 살던 우리 가족은 우연히 전원생활을 꿈 꾸워 오다가 마침내 그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내 나이 50대 초반부터 시작했던 전원생활은 어느새 20여 년을 보내게 되었다.
앞산에 소나무 산자락이 동그랗게 병풍처럼 드리워진 작은 마을은 총 12 가구로 새롭게 둥지를 틀어 한집 두 집 입주하게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생활을 하다가 오신 분들이라서 시골 생활이 낮 설고 서툴기만 했다.
조용한 이 마을에 겨울이면 서로 얼굴도 못 본체 지내다가 이른 봄이 되면 앞산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안갯속에 부지런한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쏙쏙 드러내 보였다.
정원 한쪽 귀퉁이에서도 할미꽃, 머위 잎 꽃, 새 싹이 초롱초롱 움을 트며 얼굴을 내민다.
텃밭에서 일하던 마을 사람들도 서로 웃으면서 농사일에 모르는 걸 묻고 가르쳐 주다 보니 잘 적응하고 친숙하게 지낼 수 있었다.
봄내 음이 한 참 무르익어 갈 무렵 어느 날 이웃 형님들과 앞산에 산책을 하러 갔다.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꽃들이 만발하여서 꽃향기에 취해 한참 길을 걷다 보니 작은 오솔길 참나무 밑에는 노란색, 보라색 키 작은 붓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아름들이 곱디곱게 피어 있었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허리를 굽힌 채 그 꽃을 만져주는 순간!
내 마음에 큰 욕심이 생겨 버렸다.
아직 정리가 덜 되어있는 허전한 우리 집 정원에 이 꽃을 캐어다 옮겨 심으면 더욱 예쁘겠지? 하는 마음이....
고개를 들어보니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이 동행했던 사람들도 내 생각과 같았는지 모두가 그 꽃들을 캐어다가 자기 집 정원에 옮겨 심었다.
한 해 두 해 지내다 보니 자연의 산속에 그렇게 예쁘게 사랑스러운 붓 꽃 들이 씨가 말라 버렸다.
나만 보고 즐기겠다고 내 집 그 작은 공간에 무심코 옮겨다 심은 키 작은 붓꽃들은 해가 거듭할수록 키가 큰 보라색 꽃으로 변하여 흐드러지게 잘도 피워주고 있건만.
지금 생각해 보니 오솔길에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거닐면서 예쁘다고 곱디곱다고 사랑을 주고받던 속삭임을 행복을 꿈과 희망을
나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사라지게 한 것이 얼마나 부끄럽고 후회스럽고 안타까웠는지
키가 낮은 꽃은 낮은 꽃대로
키가 크면 큰 꽃대로 아름답지만
앞산의 오솔길 참나무 밑에 붓꽃들이 언제나 변함없이 옛 모습 그대로 우리를 반겨줄 수 있는 그 모습을 지금은 볼 수가 없어 슬픈
추억 속에 키 작은 붓 꽃 들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