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것들 투성이었던 삶에서 되는 것들 찾기
작년에 아이와 떠났던 여행은 아이를 핑계 삼아 아이에게 용기를 얻어 떠난 여행이었다면
올해 나의 여행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여행이었다.
지난 여행기를 마무리 못 한 채로 새로운 여행을 떠났고 새로운 여행기를 쓰는 것이
마음 한편이 좀 불편하지만 또 다른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온 이야기를 다시 써본다.
- 내게 여행은 안 되는 것들 투성이었던 내 삶에
되는 것을 경험하는 것
그렇게 불우했던 어린 시절도 아니었고
불화가 있던 가정도 아니었다.
인생이 어찌 다 내 뜻대로 되던가,
하지만 항상 발버둥 치고 노력하는 것만큼
따라주지 않는 삶을 살았다.
하고 싶은 게 많았고 꿈이 많았던,
삶에 애착이 많았던 나였지만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던 건지
운이 따르지 않는 사람이었던 건지
번번이 넘어지는 삶을 살았다.
글에 다 쓸 수는 없지만
너무나 하고 싶었던 공부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접어야 했고
마음이 언제나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나를 보듬어준
착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야심 차게 시작한 사업은 시작과 동시에
임신을 하게 되어 제대로 꽃펴보기도 전에 접었다.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마음속엔 언제나
피워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갈망에 목이 말랐고
평범한 삶을 누리고 있는
나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이 불씨는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돈 잘 벌어다 주는 남편,
나와 감성코드가 잘 맞는 착하고 예쁜 딸,
무엇이 모자라서 늘 그렇게 욕심을 내는 거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지만 나는 그냥 뭔가 계속 고팠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들은
제대로 이뤄내 본 적이 없었는데
왜 다들 나보고 너는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잖아
라는 말을 하는 건지..
하고 싶었던 공부도 하고 싶었던 일도 모두 다 접고
그냥 아이엄마로 살고 있는데,
20대 때 신발 타고 세상을 누비며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꿈도
10대 시절부터 꿈꿔오며 한길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내 학업(전공)도 모두 불완전하게 끝났는데
아이 하나 키우는 것 말고는
내가 잘 해낼 수 있는 게 없어
아이 핑계로 훌쩍 떠났던 작년 인도네시아 여행에서
나는 오롯이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어루만질 수 있었다.
영어도 잘 못 하고 혼자 떠나본 적 없는 아줌마가
애까지 데리고 외딴섬으로 여행을 떠나서
가족들의 걱정은 뒤로하고 멋지게 다 해내고 온
그 3주의 시간 동안
나는 내가 또 떠나는 이유를 찾아온 것이다.
내가 떠나는 진짜 이유를
온전히 이야기 할 수 있던 유일한 상대 남편
그다음이 이 브런치 스토리..
두 달의 여정동안 내가 오롯이 내가 된 이야기를,
북적이고 요란한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들의 삶에 녹아들어 두 달 동안
그들과 어울려 지내온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