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이 너무 낮아 머리에 닿을 것 같은 지하실 같은 방보다 천장이 너무 높아 배구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궁전같은 방이 더 쾌적하게 느껴지는건 어찌보면 당연할 것이다.
결혼을 시작한 도로 옆의 오래된 낡은 빌라에는 유아차가 튕기듯 날아가는 정비되지 않은 골목길이 있었고, 난잡하게 던져진 누더기 같은 쓰레기 봉투들도 있었다. 거기에 동네 놀이터로 가면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동네 아이들이 부모님도 없이 덩그러니 혼자 나와있다.
처음 가보게된 대단지의 깨끗한 아파트에는 깔끔하고 반듯한 도보길이 깔려 있고, 깨끗한 쓰레기통이 있다. 놀이터에는 재잘재잘 웃음꽃이 만발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지켜보는 수 많은 보호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공간이 사람을 바꾸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이 공간을 바꾸는 것일까?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왠지 오늘만큼은, (이사하면서 비어버린 통장을 보며) 맹모삼천지교에 기대어 전자라고 생각하고 싶다. '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자위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