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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삼도 일상탐구 Apr 29. 2024

물이 부족한 이유

반영되지 않는 물 사용료

우리는 어릴 적 물 부족 국가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물 부족이라니 허황된 소리라고 생각했었다. 해수와 담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마시고, 씻고, 빨래하는 등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담수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반해 세계인구는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의외의 말이 들려온다. 인구 증가가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낭비가 심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어떻게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것인지 살펴보자.



물 사용 인구의 증가가 문제가 아니다?

https://blog.naver.com/hi_nso/223214637423   통계청 공식블로그



K-water 우리나라 수돗물 사용 현황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통계청과 K-water(한국수자원공사)에서도 물 사용량이 늘어가고 있고, 그 대부분이 가정용이라고 하고 있는 데 사용 인구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다니 무언가 근거가 있을 것이다. 위의 이미지를 잘 살펴보자.


발견했을지 모르겠지만 농업용수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쌀 1kg을 생산하는 데에는 2~3000리터의 물이 사용된다고 한다. 20kg이면 4~5만 리터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렇다면 음료수는 어떨까. 음료는 물이니까 500ml의 음료에는 많아봐야 물이 2L쯤 사용되었을 것 같다. 그러나 작은 콜라병 하나 생산하는 데에 400L의 물이 사용된다고 한다. 이 수치는 콜라 1병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원료를 포함한 것이다.

이처럼 제품의 원료를 만들 때부터 제조와 유통, 사용과 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의 총량을 '물발자국'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직‧간접적으로 사용되는 물이 모두 포함된다. 물 발자국을 따라가 보면 소고기 1kg은 1만 5500리터가 나온다. 

농업,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 모든 물을 모두 포함하면 우리가 일상에서 마시고 씻는 등에 사용하는 부분은 8%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물을 이렇게나 많이 소비하는데 어떻게 상품의 가격이 낮을 수 있을까



반영되지 않는 물 사용료


그 비밀이 바로 농업용수에 있다. 농업용수는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나라는 농업용수 사용을 특별히 관리하지는 않는다. 물은 우리가 일상을 영위하는데 빠질 수 없는 요소지만 자본주의의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취수 관정의 크기에 따라 비용을 부과한다. 사용량에 따른 비용은 전혀 없으며, 이용료도 2만 원 안팎이다. 사실상 무료인 셈이다. 때문에 사용된 물의 실제 비용은 상품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 

건조한 지역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물을 가져온다면 운반 비용이 사용료보다 훨씬 나오게 된다. 인도의 사탕수수, 중국의 밀이 대표적이다. 가장 건조한 지역에서 가장 물이 많이 필요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러한 농업용수 가격은 어디서나 물은 충분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매겨진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데 비싼 돈을 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물은 정말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엄청나게 낭비된다. 그러나 물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기에 사용량을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업의 물 공급 독점


 부족은 자연스레 값어치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자원 결핍을 이용한 물 공급 시장은 이미 진행 중에 있다. 

민영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시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보이지 않는 손만이 수요와 공급을 조화시킬 수 있으며, 시장 가격만이 물 부족을 줄일 수 있을 만큼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장의 이점에는 대가가 따르게 된다. 

담수의 민영화는 곧 공공자원을 누군가의 손에 쥐어주는 것이다. 상품은 가장 설득력 있는 도덕적 주장을 하는 고객이 아닌 최고 입찰자에게 판매될 것인데, 이는 매우 큰 문제를 야기한다. 바로 물은 대체할 것이 없다는 점이다. 소고기가 비싸면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먹으면 된다. 석유가 아니면 천연가스를 이용해도 된다. 그러나 물은 대체제가 없다. 시장은 구매자나 환경에 전혀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들은 이익만을 쫓아 움직일 것이다.

지금까지 자본주의의 규칙을 따르지 않던 물의 가격은 자본주의 속으로 포함될 것이고, 상품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솟아오를 것이다. 가장 문제는 사용량의 감소는 곧 수익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공급 회사는 절약을 절대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상황이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흘러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심각한 상황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공급이 늘거나 수요가 줄어야 한다. 결국 돌고 돌아 물 절약이다. 

물 받아서 사용하기, 변기에 물병 하나 넣어놓기? 음.. 뭐.. 나쁘지 않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알아버렸다. 우리가 사용하는 양은 8%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차라리 햄버거 하나 덜 먹기는 어떤가? 1700L정도의 물을 아낄 수 있다.
옷을 버리는 대신 중고로 파는 것도 좋다. 커피 대신 물을 마시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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