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적 문화공간의 탄생
미술관, 박물관 등의 문화 예술 공간은 무언가 쉽사리 방문하기 어렵다. 그 특유의 딱딱한 분위기에 이름만 들어도 벌써 숨이 막혀온다. 저번 글에서 이야기했듯 사람들은 불편함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확고한 목적이 없는 한 박물관 같은 불편한 공간을 방문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문화 공간의 변화
복합문화공간은 이 부분을 역으로 공략했다. 즐겁고 편안한 장소에 문화 공간을 들여놓은 것이다. 하나의 장소에서 전시, 공연, 영화감상에 커피와 식사까지 즐길 수 있게 되었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불편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길 필요 없이 외식도 할 겸 편안하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문화 예술은 불편하지 않게 되었고, 좋은 경험을 한 고객은 그 장소와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에 우호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재방문 의사가 높아진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몇 년간 문화공간이 닫히게 되며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독서의 경우 코로나 이후 양극화가 더욱 진행되었고, 독서인구는 코로나 이후에도 하락하고 있다. 또한 종이책 판매율은 감소했으나 전자책은 증가했다. 도서관이 점차 대중적인 문화공간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요를 충족할 수 없게 막는 현실환경 대신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눈길을 돌렸다. 온라인 환경의 VR, ,OTT서비스 등으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외출하지 않아도 이 또한 문화생활이라고 인식되기 시작했고, 어느새 문화생활의 주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지방 복합문화공간의 붕괴
저번 글에서 편의점이 단순한 마켓을 넘어 국지적 문화공간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 대유행 이후에 현재 기존의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맡고 있던 거대한 공룡, 백화점이 축소되면서 가속화되었다고 느껴진다. 여전히 기업에서 무슨무슨 센터나 플라자를 설립했다는 이야기는 간혹 들려오지만 솔직히 수도권의 이야기이고 지방에서는 이미 복합문화공간의 붕괴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내 고향도 얼마 전에 대형마트가 폐업하고 백화점에서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의 수가 줄어들어 안 그래도 부족한 문화 예술 인프라가 더욱 줄어들었고, 그 주변의 활기가 줄어든 느낌을 받았다.
국지적 문화공간?
코로나 이후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는 비율이 늘어나 백화점 방문객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더 이상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문화예술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에 새롭게 만화책, 안마의자, 보드게임 등을 구비한 국지적 복합문화공간화된 점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가 충족하지 못한 문화공간에 대한 수요를 일부 넘겨받은 것이다.
우리 동네에도 널찍한 커피숍에 간단한 보드게임들을 배치한 커피숍이 새로 오픈했다. 보드게임 대여료만 지불하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꽤 있었다.
그러나 일반 점포의 국지적 문화공간화는 비수도권 사람들의 문화예술 수요가 충족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람이 많은 곳에 인프라가 모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겪어본 비수도권 지역의 문화 인프라는 심각한 수준이다. 오죽하면 커피숍에서 보드게임을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