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든, 프리랜서든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종종 일이 없어서 마음이 무거워지는 때가 온다. 일이 많아서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지-를 떠올리며 나는 왜 감사할 줄을 몰랐나 자책하기도 한다. 체력적인 힘듦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무료함이다.
하루의 매출에 울고 웃는 자영업자라면 이런 상황의 변화에 익숙해져야 함에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매출이 저조한 날에는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까 봐 두렵고, '앞으로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하지?' 의문이 머릿속을 잠식한다. 그리고 그런 날들은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마음이 한없이 어지럽지만그럼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찾아오는 기회만 받아먹을 생각으로 시작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때 필요한 것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아는 지혜'다. 지금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은 결과지만, 바꿀 수 있는 것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부모님께서 나를 독립적인 인간으로 키워 주신 것인데그 덕분에 시작할 때부터 나에게는 별게 없었고 어쨌든 아무것도 없었던 때보다는 지금이 낫다. 김상민 작가의 '마케터의 밑줄'에서도 '살아가면서도 한번 나아가본 거리는 자국처럼 남는다.'라고 했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한 사람은 모든 것이 무너져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는다.
16년 동안 자영업을 하면서 늘은 것은 아무래도 근력인 것 같다. 나는 내가 단거리 달리기에 익숙한 사람인 줄만 알았는데, 지금까지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의외로 장거리파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좋았던 일도, 모진 풍파도 금세 희미해지지만 일터에서 무료함을 느낄 때마다 기시감이 드는 것을 보면 내가 이런 상황을 꽤 겪어냈구나 싶다. 만일 며칠째 계속 매출이 저조하다면,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해서 하는 일의 양을 늘리거나내 사업을 알릴 수 있는 마케팅에 대해서 고민하거나 지금까지 해 보지 않았던방법을 시도해야 한다. 그래서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문제 해결 능력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 내가 나를 먹여 살리려면 어떤 상황이 와도 타개할 수 있어야 하기에.
살면서 누군가를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스로를 잘 살게 하는-꼭 경제활동이 아니더라도-것만큼 중요하고 귀한 일이 있을까.
다가올 적막이 두렵고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한 이가 있다면 내가 평소에 되뇌는 주문 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 기회는 어떻게든 잡으려고 애쓰는 사람에게 온다.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시작한 사람은 분명 또다시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