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원금 1억이 있다. 20% 손실을 보면 8천만 원이다.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몇 %의 수익을 얻어야 할까? 20% 수익을 내면 9천6백만 원이다. 원금을 회복하려면 25%의 수익을 얻어야 한다. 당연한 결과지만 처음에는 낯설다. 떨어진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떨어질 때의 손실률보다 높은 수익률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자주 잊는다.
반대는 어떨까? 20% 수익을 내면 1억 2천이다. 여기서 20% 손실이 나면 9천6백만 원이다. 수익도 20%, 손실도 20%인데 원금 유지가 되지 않는다. 처음에 수익이 나고 다음에 손실이 나든, 처음부터 손실이 나든 같은 비율로 수익이 나면 원금은 회복되지 않는다. 계산상으로 당연하지만 뭔가 손해 보는 것 같다.
똑같은 이익과 손실을 반복하면 손실의 비율이 클수록 원금에서 아래로 멀어진다. 부자들이 투자에서 원금을 크게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유다. 원금에서 한 번이라도 아래로 멀리 이탈하면 다시 원금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수익률이 필요하다.
15m 높이에서 농구공을 놓으면 땅으로 떨어진다. 힘이 들지 않는다. 반대로 땅에서 15m 높이로 농구공을 던지려면 일반인은 어렵다. 훈련된 운동선수라면 15m 위로 농구공을 던지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꽤 어려운 목표다. 중력가속도가 작용하기에 그럴 것이다. 방향에 따라 힘을 쓰는 정도가 달라진다. 아래로는 쉽고, 위로는 어렵다.
500ml 컵에 물이 담겨 있다. 이 물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트렸다. 원래 물 색깔로 돌려놓으려면 어느 정도의 물이 필요할까? 잉크 한 방울은 보통 0.05ml다 잉크 한 방울이 들어간 500mL의 물을 원래대로 만들려면 약 50리터 이상의 물로 희석해야 한다. 이 정도로 희석해야 사람들이 잉크를 알아채지 못한다. 500ml의 물에 잉크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한 방울로 족하지만 잉크 한 방울의 흔적을 지우려면 원래 물의 약 100배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득과 실은 수평거래라 생각한다. 잃는 것과 얻는 것은 같은 양의 에너지로 교환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잃으면 그 양 이상을 얻어야 원래대로 돌아간다.
건강, 관계, 돈에서도 이런 원리가 작동한다. 건강을 잃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건강을 회복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사람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순간이지만 악화된 관계를 돌려놓기는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돈을 잃는 것은 쉽지만 돈을 얻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왜 그럴까? 모든 것은 원래대로 돌아가려는 속성이 있기에 그렇다.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에너지가 덜 든다. 원래에서 벗어나는 것은 에너지가 많이 든다. 건강이 악화돼서 죽음으로 가는 것이 원래의 모습이다. 많은 관계에서 혼자 있는 삶이 원래의 모습이다. 돈이 없는 것으로 회귀하는 것이 원래 값이다. 본질로 회귀하는 것은 노자돈이 필요하지 않다. 본질에서 벗어나려는 것에는 노자돈이 필요하다.
태어나면 언젠가는 본질로 돌아가지만 본질로 회기 하기 전까지 본질에서 멀리 벗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가장 건강한 상태, 가장 관계가 좋은 상태, 가장 돈이 많은 상태가 본질에서 가장 멀리 있는 지점이다. 본질에서 멀어져도 본질이지만 알아채지 못한다. 예술가나 철학자 또는 사색가 정도가 그 근처에 도달한다.
어떻게 살아야 세속적인 욕망을 채울 수 있을까? 많이 얻으려는 곳에 힘을 쓰는 것보다 적게 잃는 것에 힘을 써야 한다. 건강을 위한 운동과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안 움직이는 것을 피하고,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멀리해야 한다.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보다 관계를 훼손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돈을 많이 벌려는 노력보다 돈을 잃지 않으려는 생각을 늘 가져야 한다.
수평적인 거래는 세속적인 욕망과는 관계가 없다. 세속적인 거래는 기울기가 있는 거래다. 힘을 어디에 쓸지를 구분하는 것이 세속적인 삶에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