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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긴기다림 Jul 04. 2024

마음 포지셔닝


   학교생활을 힘들어하는 자녀를 보고 있으면 부모의 마음도 무거워집니다. 아이를 달래 보지만 말이 아이에게 힘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아이는 학교생활에서 불편한 무언가가 있고 불편함은 계속될 것 같은 생각을 합니다. 이럴 때 아이는 감정을 집에서 배출합니다. 감정을 배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도 알고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감정이 쌓이고 집에서는 감정을 쏟아내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아이의 마음은 피폐해집니다. 아이만이 아니라 감정을 받아내는 부모의 마음도 힘든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피할 수 없는 공간입니다원하든 그렇지 않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원하는 것만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관계와 하기 싫은 일들도 있는 곳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은 친구와 성적입니다. 성적은 다음 기회에 생각하고 지금은 친구와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아이는 친구의 생각에 민감합니다. 친구가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기뻐하고, 부정적으로 보면 힘들어합니다. 친구의 관계로 자양분을 얻는 시기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친구와의 관계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습니다. 나쁠 때 아이가 힘들어하면 부모님이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학교폭력, 집단 따돌림 등)가 아니면 아이의 마음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아이는 친구와의 관계가 안 좋으면 그런 상태가 계속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는 부모님도 같은 감정에 쌓입니다. 부정적인 감정에 부정적인 감정이 합쳐지기에 그 상태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한 곳에서 시작된 부정적인 감정은 다른 곳으로 옮겨 붙고 온통 부정적인 감정으로 덧씌워집니다.     

  아이가 옷을 더럽혀 들어오면 부모님은 옷을 버리지 않습니다. 옷을 빨면 깨끗해진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옷이 더러워지면 빨면 되고 빨면 다시 깨끗하게 입을 수 있다는 것을 아이도 부모님도 알고 있습니다. 옷이 더러워졌다고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마음에는 여러 가지 경험이 지나가고 흔적이 남습니다. 흔적은 경험의 무게만큼 자국을 납깁니다. 그렇다고 그 자국이 영원히 남아 있지 않습니다. 가끔은 깊게 패이기도 하지만 깊게 파인 곳을 다른 것으로 메우면 패인 홈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제자리로 또는 다른 자리로 찾아가기에 지금의 깊은 골만을 바라보며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마음을 상하게 한 직접적인 일 때문이 아니라 자존감에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그 마음에 기인합니다.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 ‘나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생각’ ‘나의 성취를 폄하한다는 생각’ ‘나의 도움에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생각’ 이런 생각이 자존감에 생채기를 냅니다. 마음을 흔드는 일은 강 위를 흘러가는 배와 같습니다. 배는 그저 강을 따라갈 뿐입니다. 배가 육지 위를 흘러가는 일은 없습니다. 사람은 마음의 길을 따라 행동이 지나가게 할 뿐입니다강이 아프라고 배가 강을 가르는 것은 아닙니다배가 지나고 나면 강은 다시 물들로 채워지게 마련입니다.      

  우리 마음을 가르고 지나는 많은 사람은 우리 마음에 상처를 내기 위한 의도를 가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행동이 내 마음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이내 상처는 아물고 상대는 또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깃듭니다. 아이의 친구도, 아이도, 그것을 보고 있는 부모의 마음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큰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상처가 크다고 반창고도 꼭 클 필요는 없습니다. 상처는 반창고 없이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치유됩니다. 큰 상처라고 생각하고 큰 반창고를 찾으려는 마음이 일을 크게 만드는지도 모릅니다삶은 힘듦과 편함의 반복입니다편한 것이 당연하다면 힘든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양이를 기르는데 이 녀석은 탈이 나면 음식을 먹지 않고 자신이 제일 편안하게 생각하는 곳(사람들의 손이 안 닿을만한 곳)을 찾아 숨을 고릅니다. 아픔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아픔이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아픔이 오면 잠시 멈춰서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작은 배를 타고 있다가 물이 조금 들어오면 우왕좌왕합니다. 배는 좌우로 출렁이게 되고 물은 더 많이 들어옵니다. 결국 배가 뒤집히고 맙니다. 물 위에 놓인 배는 언제든지 작은 물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동요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배는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물이 더 많이 들어오는 이유는 흔들리는 마음 때문입니다.     


  거울을 보고 내 얼굴에 무언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면 우리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 얼굴에 묻은 것을 닦습니다. 내 얼굴에 묻은 것을 닦으면 거울에 비친 모습에는 묻은 것이 사라집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우리 앞에 벌어지는 일들은 결국 나의 모습을 비춘 거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 일과의 만남에서 마음을 흔드는 일이 생기면 이것을 지우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닦아야 합니다다른 사람과 다른 일에서 지울 곳을 찾는 것은 거울을 닦으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만나지 않는 사람, 가지 않는 장소, 하지 않는 일은 나를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 해도 나의 생각은 그 세계를 움직이지 않습니다. 나와 관련된 사람이라도 나의 마음에 따라 영향력은 0에서 무한대까지입니다.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입니다. 내 인생은 내가 정합니다. 내 인생의 운전대를 남에게 맡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줄넘기를 가지고 둘이서 하던 놀이가 생각납니다. 서로 일정 거리를 두고 마주 봅니다. 줄넘기 하나를 준비합니다. 줄넘기 손잡이를 각자 잡고 상대와 반대 방향으로 자기 허리를 두릅니다. 줄넘기를 당기거나 풀어주면서 상대의 발이 먼저 떨어지게 하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는 줄넘기를 너무 강하게 잡고 있으면 안 됩니다. 줄넘기에 온 힘을 다해 잡고 있으면 상대가 조금만 당기거나 조금만 놓아주면 발을 움직이게 됩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마음을 너무 강하게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마음을 너무 강하게 잡고 있으면 조금만 다른 감정이 들어오면 마음이 크게 흔들립니다. 마음의 힘을 빼고 공간을 만들어 놓은 상태로 살짝만 잡고 있는 것이 건강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음에 바람이 불어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날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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