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할 뻔한 너
아침에 학교 갈 때만 해도 맑은 콧물이 조금 나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11시쯤 나에게 전화를 한다. 학교에서는 핸드폰 사용이 금지인데, 발신인을 확인한 순간 불안해졌다.
"엄마, 나 머리 아프고 어지러워. 선생님이 아프면 집에 가도 된대."
가래 낀 목소리로 아들은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학교 가기 전 아프면 전화하라는 나의 말을 충실히 지키는 아들이다. 꼭 이런 말은 한 번만 해도 잘 지킨다. 처음으로 머리가 아프다는 아들을 학교에서 버티라고 할 수 없어서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집으로 오라고 한다.
위급상황이다. 남편은 타 지역에 멀리 출장을 나갔고, 나는 사무실에 행사가 있어서 집으로 갈 수 없다. 부랴부랴 어머님께 전화를 하여 병원 진료와 점심을 부탁드린다. 다행히 계모임이 없으신지 흔쾌히 승낙하셨다. 그렇게 아들은 병원에 갔고, 점심에는 무엇을 먹고 싶냐는 할머니의 질문에 피자를 외치며 소풍모드가 된다. 의사 선생님이 축구나 태권도 같은 운동은 숨쉬기 힘들 수 있으니 당분간 쉬라고 하셔서 줄넘기 학원도 가지 않게 된다.
퇴근하고 집에서 본 아들은 평상시와 다름없다. 엄살인가 싶을 정도로 아들은 활기가 넘쳤는데, 자려고 불을 끄고 누우면서 기침이 시작된다. 따뜻한 물도 먹여보고, 꿀도 먹여보지만 기침이 그치질 않는다.
"엄마, 기침이 이렇게 많이 나는데, 나 내일 학교 갈 수 있을까?"
마냥 철부지 같은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입에서 내일을 걱정하는 소리를 듣고 나는 놀란다. 평소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들은 학교 가는 걸 좋아해서 7시 50분이면 학교로 향한다.
내일을 걱정하는 사람이었구나.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날 학교에 간 아들은, 또 나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나 기침하고, 머리가 또 아픈데, 조퇴하면 안 돼?"
이 녀석이 조퇴하는 게 습관이 되겠다. 엄마 때는 아파서 학교에서 수업 다 끝나고 집으로 왔는데..
"안돼! 밥 먹고 와!"